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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37456343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02-07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재산을) 지배하다
2장 (물건을) 상품화하다
3장 (노동을) 소진하다
4장 (생명을) 파괴하다
5장 혁명
6장 (삶을) 구하다
7장 (노동을) 재생하다
8장 (상품을) 공유하다
9장 (재산을) 돌보다
나가며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책속에서
해방은 고귀한 요구가 아니라 절박한 과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삶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은 다양한 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기에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우리는 삶을 위한 혁명을 경험한다. 10여 년 전부터 새로운 형식의 투쟁이 출현 중이다. 100여 년 전의 사회적 혁명의 재개도,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시민권 운동의 연장도 아니다. 새로운 형식의 저항은 위협받는 절박한 삶을 위한 활동과 연대적으로 조직된 생활에서 시작된 혁명이다. 혁명은 경찰 폭력에 대항하는 반인종차별주의 활동에 존재하고, 여성 살인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에, 죽은 지구의 소름 끼치는 이미지를 의식하게 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 속에 존재한다.
― 「들어가며」
어느 시점에서 나는 나의 굳어진 절망을 떨쳐 버리도록 위안을 주는 생각에 익숙해졌다. 포석, 금속 대문, 플라스틱 창문을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물론 석회 공장, 크레인, 컴퓨터가 동원된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손이 있다. 인간의 손이 있다. 어떤 손은 고무망치로 포석을 두드려 가며 포장도로를 깔고 있었고, 또 다른 손은 트럭 운전대 위, 공장, 회계 부서에 있었다. 문신이 있는 손, 매니큐어를 바른 손, 금반지가 끼워진 손. 마인 항에서 지게차로 컨테이너 판을 운반하는 손,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손이다. 인산염 광산에서 일하는 손, 작업복을 세탁하는 손, 접시를 내놓는 손, 손을 잡는 손들. …… 거리의 포석 하나하나는 인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그
것은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과거로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텅 빈 거리에서 허탈하게 웃는다. 이 세상이 어떻게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우리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렇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계속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손으로, 다르게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 「(노동을) 소진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산해야 할 독을 인류와 동일시하는 위험이다. 환경운동의 일각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울한 나르시시즘이 존재한다. 우리 인간은 말썽꾼일 뿐이며 자연의 조화를 망쳤으며 온난화는 열병이고 바이러스는 면역 세포라는 것이다.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비워야’ 한다. 이 입장은 에코파시즘으로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데, 단순히 말해 잘못된 것이다. 에코파시즘은 인간 동물 자체가 아니라 인간 동물의 조직 형태와 경제 활동 방식이 에코파시즘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무시한다. 자연은 복수 같은 등가적인 범주를 알지 못한다. 지구 생태계 역시 우리가 기생충처럼 붙어 있는 폐쇄적인 유기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속한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맥락이다. 인간혐오는 게으르다. 반응 능력을 통해 특히 다른 종과 교란된 자연 순환의 수호자이자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물들이 행성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빨리 몰래 떠나는 대신, 우리는 곧 과일나무에 손수 수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전에, 농약으로 뒤덮인 값싼 노동력이 필요 없도록 생산 방법을 시급히 관리해야 한다.)
― 「(생명을) 파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