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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3180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18-01-05
책 소개
목차
보편적 정신 6
작가의 말 161
작품 해설│황예인 165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창업주의 유일한 손녀, 그러니까 붉은 페인트의 제조 비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알려진 다섯 명의 원로들 가운데 가장 나이 어린 그녀가 죽었을 때, 회사는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사업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생존자 네 명과 은밀하게 접촉하여 비밀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페인트 제조 비밀을 전자 문서에 기록하고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적용한 뒤 노르웨이의 비밀 금고에 보관하되, 네 명의 원로들이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만 그들의 홍채나 정맥 지도를 조합하여 금고를 열 수 있도록 허락하며, 각각 지명한 후계자들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려고 계획했다.
신비로운 붉은 페인트의 비밀을 세상에 처음 발설한 자는 창업주의 맏아들이었다. 그는 공화주의자들이 군사혁명을 통해 동 마누엘 2세를 몰아내고 공화국을 선포한 1910년에 태어났다. ? 창업주의 두 아들은 모두 혁명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 반면 딸은 혁명과 혁명 사이에서 태어났다 ? 하지만 그는 연금술에 몰두한 채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와, 아버지를 대신하여 생선 행상으로 돈벌이를 해야 했던 어머니 모두에게서 사랑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자라났다. 그를 키운 건 도루강을 오르내리는 와인 운반선들과 갈매기들과 뱃사람들의 욕지거리와 창녀들의 화장품 냄새였다. 너무 어려서부터 체득한 고독과 불안은 타인에게서 애정을 얻어 내는 능력을 거세시켰다.
창업주와 관련하여 그 밖의 소문들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신비로운 붉은 페인트에서 시작된 비극이 가계도를 따라 창업주와 가족 모두에게 맹독처럼 흘러들어 생존자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붉은 페인트의 제조 비밀을 알고 있는 원로들이 다섯 명이라는 소문이 항간에 진실처럼 떠돌고 있는 한 ? 그중 한 명으로 알려진 창업주의 손녀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다섯 명의 숫자에는 변함이 없었다 ? 창업주의 가계도에 대한 궁금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가령 혼외정사를 통해 창업주의 첫째 아내에게 둘째 아들 ? 창업주에겐 셋째 아들 ? 의 씨를 뿌린 남자나, 창업주의 맏딸을 임신시켜 그에게 손녀를 안겨 준 남자나, 창업주의 둘째 아들과 동침한 손녀에게서 태어났을지도 모를 아이와 그 다섯 명의 원로들이 연관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창업주의 연금술사 스승이 불멸의 존재가 된 이후 그 다섯 명을 제자와 자식으로 삼고 비밀을 전수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