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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7473357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2-05-09
책 소개
목차
…스크롤! 9
작가의 말 193
참고 문헌 19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리의 혈관 속에 들어간 캔-D가 벌써 약효를 내고 있었다. 어젯밤에 머신건을 훔쳤는데 총알이 없잖아……. 팔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거세졌고 수류탄만 한 빗방울이 쿵쿵 떨어졌다. 바닷물이 요트를 집어삼켰고 빗물 사이로 지느러미를 펼친 가오리가 녹색 형광물질을 번쩍이며 날아다녔다. 나와 리는 부둣가의 기울어진 콘크리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전봇대의 전단이 펄럭이고 있었다. 미신 파괴자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미신 파괴자들에 대해서 좀 알아?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아니…… 나는 입속으로 들어가는 차가운 빗방울들을 뱉으며 소리 질렀다.
프랜은 자신이 원하는 걸 진심으로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메타북스에 들어온 후 생각이 변한 걸지도 모른다. 프랜은 단지 말들을 떠돌게 하고 싶었다. 대단한 예술 작품, 베스트셀러, 히트작, 영원불멸의 클래식 따위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생각, 아이디어, 논평, 꿈, 일상, 작은 이야기, 사소한 논쟁 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슬프게 스치고 사라졌으면 했다. 이게 뭘까? 이건 어떤 종류의 꿈일까? 프랜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고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었다.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느 날에는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느 날에는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통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도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순간적인 것뿐이었다.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서페이스 웹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라면 딥 웹은 자동차를 타야 갈 수 있는 장소예요. 또는 회원제 클럽과 퍼블릭 서비스 공간. 아니면 구글맵에 등록된 식당과 구글맵에 등록되지 않은 식당. 어느 쪽이 더 맛있냐고요? 먹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죠. 어느 쪽이 더 진정성 있고 더 프로다운 요리를 선보이냐고요? 그것 역시 알 수 없죠. 하지만 깊이의 개념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먹어 보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진짜는 더 아래, 숨겨진 곳에 있는 거야.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 진짜 맛집이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죠. 유명한 곳이 더 믿을 만해! 제 말은 둘 다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해 안 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