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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1284
· 쪽수 : 326쪽
· 출판일 : 2007-07-10
책 소개
목차
붉은 도마뱀
상사화
눈의 침묵
길고 검은 강
겨울 나들이
여덟 색깔 무지개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래라면 아무 거나 다 좋아해요. 아무 거나 틀어 주세요."
"그 아무 거나라는 말 아무 곳에서나 하지 마쇼. 신세대들 사이에 가면 바로 왕따감이오."
남자가 한 손으로 테이프들을 고르면서 말했다.
'한때 저 남자도 분명 젊었겠지.' 나는 좀 씁쓸해진다. 아니 주책없이 슬퍼지려고까지 한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합니까?"
남자가 반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 "시대에 맞게 살아야 돼요. 랩이 유행하면 랩을 부르고, 한 겨울에도 반팔이 유행하면 반팔을 입어야 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남자가 말했다.
"안 그렇소?"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남자는 목청이 크다.
"너무 뒤처져도 따라잡기가 힘들더라고요. 숨이 차서 말이오. 안 그렇소?"
남자가 혹 결혼에 대한 말을 하려는 것일까? 두 번 만난 남자와 내키지 않아도 결혼에 대해 평소 생각하던 바르 나누어야 한다는 것, 그것 역시 숨찬 일이다. 그는 가끔 가다 생각난 듯 말하곤 했다. "내가 실없는 놈처럼 보이진 않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까지는 괜찮아도 실없는 남자로 보이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와 더는 그럴 수 없을 만큼 편안한 얼굴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나는 행복했던가? 그가 자신 없어 하는 것만큼 삶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나는 그에게 모든 걸 맡기는 쪽을 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대로 따라가며 슬그머니 팔자 좋은 여자가 되어 보고 싶었다.
- '길고 검은 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