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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떴다

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지은이)
민음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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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떴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코끼리가 떴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2601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09-05-29

책 소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김이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독특한 소설집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닫힌 공간 속으로 보다 집요하게 뛰어들면서 역설적인 방식으로 또 다른 통로를 찾는 인물들의 위태로운 삶을 보여 준다.

목차

가슴 커지는 여자 이야기
―심율처(心?處): 대체 의학 연구 사례
외계인, 달리다
코끼리가 떴다
―도시 구역 재정비 계획서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쇼맨
지진의 시대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너는, 어느 별에서 온, 누구냐
여의도 저공비행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엘리펀트 맨의 외출_ 양윤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김이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으며,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산책』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열두 켤레의 여자』, 『하인학교』, 『동물농장』을 썼다. 『하인학교』는 영상화 계약과 함께 2개국에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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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치료를 받는 중이고, 어떤 고통도 없을 거예요.”
빈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비단 손수건으로 S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 주었다. S는 조심스럽게 손에 힘을 약간 주었다. 매끄러운 피부의 느낌이 고스란히 손바닥에 휘감겼다. 그러다 손가락에 힘을 좀 더 실어 두 개의 가슴을 살짝 잡아 쥐었다. 손안으로 빨려 들어온 가슴이 순간,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 끝의 세포가 다 살아났다. 여윈 듯 보이는 몸피와는 달리 가슴은 풍만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허공에 뜨는 것 같고 겨드랑이가 간지러웠다. 닫힌 시각으로 자신의 안쪽 깊은 곳을 들여다보니, 가슴 속에서는 굳게 둘러쳤던 가시 철망을 뚫고 벚꽃 잎들이 조심스레 불거지기 시작했다. 벚꽃뿐이 아니었다. 영산홍과 목련을 비롯해 향기로운 라일락까지 한꺼번에 만개해 가슴속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지금까지 이토록 풍요로운 적은 없는 것만 같았다. 봄꽃 향기 가득한 빈의 목소리가 가슴에 가 닿은 S의 손길을 타고 온몸을 어루만졌다.
“이건 당신이 알고 있고 경험한 것들 보다 훨씬 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죠. 당신이 과거에 겪었던 모든 상처들, 그리고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온몸에 각인돼 있는 고통들을 치유해 줄 거예요.”
S는 다시 손에 모든 감각을 그러모았다. 빈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 13~15쪽, '가슴 커지는 여자 이야기' 중에서


빈의 가랑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빈의 눈에서 핏물이 한 줄기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장은 나비의 촉수처럼, 혀를 길게 빼내어 빈의 뺨에 흘러내린 핏물을 핥아 삼킨다. 빈이 고통을 참지 못해 악, 하는 비명을 지르는 순간 가랑이 사이에서 붉은 피에 둘러싸인 덩어리 하나가 툭 튀어나온다. 덩어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그 안에서 날개가 뻗어 나온다. 천천히, 검은 날개를 펼친다. 나비는, 장의 얼굴을 하고 있다. 피 묻은 장은 이제 날개를 휘저으며 바닥을 차고 오르려고 애를 쓴다. 그 뒤를 따라 수많은 나비들이 빈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생명 같은 핏물을 뚝, 뚝, 떨어트린다. ― 196쪽, '지진의 시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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