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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7833335
· 쪽수 : 43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로렐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로렐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양각 무늬가 도드라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벌써 백 번은 넘게 만졌을 것이다. 지난 5월 초순의 어느 아침, 그 카드는 로렐의 베개 위에 놓여 있었다. 밀랍으로 봉해지고, 반짝이는 은빛 리본으로 매어진 채로. 안에 담긴 내용은 세 줄도 안 될 정도로 짧았지만,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애석하게도 현재 받는 교육 수준이 불충분하다고 사료되어, 아발론 아카데미에서 8주간 교육을 받아야 함. 여름 초입 아침나절에 방문 바람.
‘애석하게도 불충분하다?’ 이 부분이 로렐 엄마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사실 요정과 관계된 것이라면 뭐든 달갑지 않은 게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로렐이 요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로렐의 부모는 자신들의 수양딸이 보통의 여자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로렐이 요정들의 신성한 땅을 물려받기 위해 인간세계로 보내진 아기 요정이라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어쨌든 놀라울 정도로 덤덤히 받아들인 셈이다.
로렐은 트롤들에 대해서 부모님께 말하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여기에 서 있지 못했으리라.
“준비됐어?” 타마니가 로렐의 머뭇거림을 느꼈는지, 힘주어 물었다.
‘준비됐냐고?’ 로렐은 지금보다 더 준비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덜 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로렐은 타마니를 따라 조용히 숲 속을 걸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쏟아지는 햇빛을 가로막아 그들의 여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오솔길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곳을 걷고 있었지만,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로렐도 알고 있었다. 곧 작고 울퉁불퉁한 나무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 숲에서 흔치 않은 종이라는 것만 빼고는 평범해 보이는 나무였다. 여기서 12년을 살며 숲 속을 탐험했던 로렐도, 그 나무를 본 건 딱 한 번뿐이었다. 트롤들과 싸우다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가는 타마니를 데려왔을 때였다. 그때 로렐은 그 나무가 변하는 것을 목격했고 나무 너머에 있는 요정들의 세계를 언뜻 보았었다. 그리고 오늘, 로렐은 그 문을 통과할 것이다.
드디어 아발론이 어떤 곳인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