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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7853395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16-10-28
책 소개
목차
꽃은 아름다운 걸까요
바람이 실어 오는 것
낯선 거리에 내리는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
사람은 말을 하니까
네모난 유리 너머
세월은 흘러간다
먹어야 산다
아득히 먼 남자 친구
이럴 때인데
내 고양이들아, 용서해줘
슈바르츠 헤르트
거짓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리뷰
책속에서
한여름의 한낮은 고요하고 더웠다.
어디선가 닭 한 마리가 나타나서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지나갔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어떻게 깨달았는지 모르겠다.그곳에 나뭇잎이 빛나고 있다는 것, 태양이 이글거린다는 것, 흙이 있다는 것, 닭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내가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아, 그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엇이 그랬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바람이 지나갔을 때, 세상이 그야말로 새롭고 친근하게 열리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이해되고, 세상이 바람과 함께 혹은 바람처럼 나를 받아들여주었다고 느꼈다.
어느 날 아침, 창을 여니 눈이 와 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눈이 주위를 완전히 딴 세상으로 바꾸어놓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동주택의 지붕이 아름다웠다. 파도치듯 기운 이모네 지붕도 눈이 쌓이니, 그 모습이 미묘하게 아름다웠다.
새삼 자연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했다.
내가 무엇보다 부끄러웠던 것은 깡마르고 안경 낀 전당포 아저씨를 계속 수상하게 생각했을 때보다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세월이었다. 그 세월은 시계가 새긴 시간과는 전혀 다른 공백의 세월이었다.
지금 그 공백의 세월에 내 부끄러움이 빼곡하게 박혔다.
나는 그처럼 잊어버린 공백의 세월에 다양한 부끄러움을 잔뜩 박은 채 살아가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