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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에세이/시
· ISBN : 9788939207127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14-03-19
책 소개
목차
제1부 시로 읽는 김남주의 생애
제2부 키워드로 읽는 김남주의 대표 시
상징 1 「진혼가」 | 상징 2 「그 집을 생각하면」| 풍자와 반어 1 「어떤 관료」 | 풍자와 반어 2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답니다」 | 감옥 「눈을 모아 창살에 뿌려도」 | 저항 「노래」 | 자유 「자유」 | 혁명 「나의 칼 나의 피」 | 통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반외세 「달러」 | 노동 「사료와 임금」 | 자본 「무의촌은 무의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민중 「검은 눈물」 | 사랑 「사랑은」 | 서정 「옛 마을을 지나며」 | 대지적 상상력 「추석 무렵」
제3부 산문과 편지
산문 1 「내 입만 입인감?」 | 산문 2 「보리밥과 에그 후라이」 | 산문 3 「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 편지 1 「그대의 꿈을 속삭여 주오」 | 편지 2 「강을 가장 잘 알기 위하여」
제4부 이미지로 보는 김남주
김남주 연보 | 참고문헌
책속에서
‘녹두장군 전봉준’처럼, 바로 자신이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다 오라에 묶인 몸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끌려가는 압송차 안에서 “아 내리고 싶다”고 소리 없이 탄식하고 있습니다. 철창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고추를 따는 어머니의 밭과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고 있는 아버지의 논을 생각합니다. 방죽가에서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며 아이들과 놀았던 어릴 적 추억에 젖으며 시인은 저녁밥을 짓느라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향 집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김남주는 광주교도소로 이감되고 나서도 옥중에서 많은 시를 썼습니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 그는 ‘자유’를 노래하는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치범에게는 펜도 종이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개 감옥 안에서 쓴 시들을 외우고 있다가 면회 온 사람들이나 가족, 출감하는 학생과 민주 인사들에게 구술해서 전해주거나 아니면 담뱃갑을 해체했을 때 나오는 은박지에다가 못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시를 새겼습니다. 은박지만을 얇게 떼어내서 부피를 최소화한 다음 페인트 통 안에다 감추며 며칠에 한 번씩 교도관들이 감방 안을 뒤질 때 들키지 않게 애를 써야 했습니다. 이렇게 감옥에서 쓴 김남주의 시는 우리 시문학사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첨예한 의식과 혁명적 순결성을 담고 있습니다. 열정적이며 단호하고 단순화된 그의 시는 읽는 이의 가슴에 비수가 되었습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떨어져 가지 말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앞에 가며 너 뒤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너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열이면 열사람 천이면 천사람 어깨동무하고 가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가시밭길 험한 길 누군가는 가야 할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