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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30453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19-12-12
책 소개
목차
제1부
아침
분수
체리, 체리
악수의 방식
풍선껌
얼룩말
펄럭거리는 별자리
순간
망둥이 떼
구름분재
엘리자베타 게라르디니의 여행
푸른 별, 수박
뒤꿈치
제2부
지워진 땅
구석이라는 곳
위니비니
거짓말
그림책
조련사 K
육필
커지고 작아지고 커지고
깨어나는 프리즘
육식성 항구
Dark Chamber
지하철 4호선, 철컥
가족 수리점
제3부
사막회
기후의 난민
인언
침묵의 종류
몽유안
치통이 오는 밤
정기휴일
낮과 밤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N과 S
문신
O, X
임종, 사거리를 지나는 시간
제4부
구름은
봄의 길이
서로가 없다
라일락 밑에서
울음 간판
120,000km + 1.2m
환성
오지
앵무새의 추궁
기별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팝업북
이승하 해설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벚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지는 찰나
주머니에 두 손 넣고
강가를 바라보는 남자에게
―사진 좀 찍어 주세요
머뭇거리던 그가 고개 돌려
목을 빼어 친구를 부른다
그 사이 성급한 꽃잎은
몇 프레임을 이미 지나간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말을 건다
―젊은 선글라스 씨 사진 좀 찍어 주세요
그는 오래전에 본 천연색 꽃이 떠오르는지
잡고 있던 지팡이로 셔터를 누른다
흑백의 답을 꽃잎에게 전한다
그 사이 벚꽃은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검은색으로 변한다
맑은 눈빛의 아이가 프레임 속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찍으려는 거죠
―다만 꽃잎 떨어진 벚나무 한 그루 있는데
―이걸 사진 찍으라는 건가요
주머니 속, 없는 손이 친구의 손을 부르고
선글라스 씨가 지팡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이가 자신의 맑은 눈을 빌리게 하며
꽃잎은 무엇을 기록하고 싶었나
순간의 시간을 놓아 버린 벚나무 가지가 앙상하다
-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부분
(…)
구석은 굴러다니는 소리를 밟으며 자랍니다. 밀리고 밀리다 구석이 되는 것들은 온몸이 발이 되기도 합니다. 구석을 깨고 나온 것들은 손이 없고 하얗게 터지는 물살이 되기도 합니다. 그때, 피어오르는 구름은 푹신하고 차갑습니다
(…)
모퉁이가 없어지면 이쪽과 저쪽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구석들은 평행선 위에 모두 서 있겠지요. 구석은 털썩 주저앉기 좋은 곳. 어둠이 몰려나오는 곳입니다. 구석은 하품이 나오고 눈이 감겨집니다. 밤에 안겨 새근거리는 잠이 됩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구석의 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 「구석이라는 곳」 부분
여름이면 거리로 나와 활보하지
감싸던 것들을 다 던져 버린 맨살
걸을 때마다 땅 한번 치고 올라와 부딪치는 슬리퍼
탁 탁 탁
아, 천지간
휘파람은 한때 아름다운 말을 끌고 다녔지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었지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 끈 하나 걸려 있지
탁 탁 탁
바닥과 바닥 사이
산이 구름이 빌딩이 보이고 무수한 뒤꿈치들이 있지
저 뒤꿈치의 힘으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지도 모르지
역방향의 계절에는 역방향의 걸음이 참 어울리지
기우뚱거린 잎들이 펄럭이며 떨어질 때
걸어온 지평선이 하늘과 닿았지
구름은 땅 밑으로 스며들고 자전거는 넘어지지
탁 탁 탁
뒷걸음으로 걷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어
뒤꿈치를 악기라 부르면 좋겠어
순간들이 스쳐지나갈 때 노래의 뒤꿈치는 닳아 가지
잘 벗겨지는 거리와 거리 사이
탁 탁 탁
아, 천지간 사이의 시간들
- 「뒤꿈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