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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41920113
· 쪽수 : 120쪽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1. 수도승 신학
페레그리나티오의 의미
페레그리나티오의 해석
성지순례
2. 성경 신학
길 위의 말
길 위의 이야기
길의 신학에 대하여
주
역자 후기
책속에서
걷기, 거닒은 기질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에게 특히 더 치유적이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골몰하기보다, 길을 나서 몸을 힘껏 써야 한다. 너무 골몰하다 보면 계속 나아가지 못하고,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 나는 이런 악순환을 길을 걸으며 과감히 벗어난다. 이때 나는 더는 머리에만,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나 자신을 지각하고 감각하지 못할 만큼 골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서 물러선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고, 이따금 내가 누구인지 잊기도 한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다시 내 몸과 하나가 된다. 나는 내 몸을 느끼며, 땀을 흘리고, 내 안에 있는 생명과 힘을 느낀다. 나는 내 안의 생명을 느낌으로써 나를 잡아먹으려 드는 우울증을 뿌리친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며,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 먹구름처럼 엄습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다. 이미 오래전에 수도승들은 충고하기를, 불쾌한 생각들에 시달리는데 이를 성찰해도 더는 도움이 되지 않거든 저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예수기도가 그 자체로 걷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길이나 걷기와 관련된 성경 말씀을 길을 걸으면서 되뇌면, 이는 우리의 걷기를 완전히 새롭게 체험하고, 길을 걷는 중에 우리 믿음의 본질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우리가 “제 발걸음 닿는 곳을 넓히시어, 제 발목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씀을 붙잡고 걸으면 우리의 발걸음이 달라진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며, 어떤 구원과 해방을 어렴풋이 알아채게 된다. 우리는 다르게 걸으면서 다른 사람이 된다. 조금 더 넓은 곳, 자유로운 곳으로 나아가게 되며, 우리 안에서 조금 더 신뢰를 느끼게 된다. 말씀은 우리의 걷기를 바르게 만들며, 우리 자체도 바로 세운다. 그리고 우리의 육과 영을 바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