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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3~4학년 > 문화/예술/인물
· ISBN : 9788945219268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1장 - 순교자 집안의 수환
2장 - 신랑이 되고 싶어요
3장 - 잃어버린 조국
4장 - 신부님이 된 수환
5장 - 낯선 땅, 새로운 희망
6장 - 주님께서 주시는 십자가
7장 - 한국 최초의 추기경
8장 - 용기 있는 발언과 금이 되는 침묵
9장 - 보다 더 낮은 곳을 향해
10장 - 아름다운 추모의 물결
책속에서
수환의 장가 계획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보통학교는 졸업학고 장가를 가는 게 좋겠어. 졸업을 하면 먼저 읍내로 나가 상점에 취직부터 할 거야. 그래서 돈을 모으면 내 가게를 차려야지. 가게를 하면서 장가가면 좀 더 넉넉한 살림을 꾸려 갈 수 있을 거야.’
이 생각에 수환은 집으로 오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장가갈 궁리나 한다고 혼날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수환의 계획에 어머니가 찬물을 확 뿌리고 말았습니다.
“시, 신부요?”
수환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대구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온 어머니가 하는 말에 수환은 꼼짝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환은 형 동한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습니다. 형은 어머니의 말씀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대구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그렇게 보이느냐?”
“어머니 얼굴이 환해서요. 좋은 일 있었던 게 맞지요?”
사실 어머니는 대구에서 가서 장엄한 사제 서품식을 보고 온 터였습니다. 그곳에서 큰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오신 어머니는 동환이와 수환에게 신부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앉혀 놓고 자분자분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목소리와 달리 얼굴은 몹시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너희 둘은 이다음에 꼭 신부가 되어야 한다. 너희가 신부가 된다면 순교하신 할아버지께서 저세상에서도 참으로 기뻐하실 거다. 옹기장수로 신분을 숨기고 평생을 살다 가신 아버지께도 큰 기쁨을 드리는 일이란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