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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 아키오 (지은이), 이수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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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당신에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4641843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3-06-30

책 소개

<무지개 곶의 찻집>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 소설.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즉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린 소설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2년에 개봉하였다.

목차

제1장 각각의 여름밤 | 7
제2장 받을 수 없는 편지 | 67
제3장 양떼구름의 한숨 | 113
제4장 거짓말의 열매 | 163
제5장 편지지에 피는 꽃 | 209
제6장 다정한 바다 | 247
제7장 바람 바람 불지 마 | 279
제8장 당신에게 | 295
제9장 공기 같은 말 | 299
옮긴이의 말 | 307

저자소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9년 치바현 출생. 와세다 대학교 인간과학부 졸업.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다정하고 섬세한 문체로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일본의 대표 감성 작가다. 《쓰가루 백년 식당》, 《반짝반짝 안경》 등 여러 작품이 일본에서 영화, 드라마, 코믹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대표작인 《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은 일본의 국민 배우 요시나가 사유리 주연의 영화 〈이상한 곶 이야기〉로 개봉되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올랐으며, 라디오 드라마 및 코믹으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저서로는 《수요일의 편지》,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 《롤캐베츠ロールキャベ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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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일본 외국어 전문학교 일한 통역번역과정을 수료한 후,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번역을 시작했다. 지인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만 번역하려 애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쓰가루 백년 식당》 《사망 추정 시각》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당신에게》 《소년, 열두 살》 《나쓰미의 반딧불이》, 《여섯 잔의 칵테일》, 《사랑의 갈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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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에지는 아주 조금 고개를 움직여 요코 쪽을 살짝 본다.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던 요코의 눈꼬리에서 물방울이 주르르 넘쳐 귀까지 흘러내린다. 에지는 그 모습을 못 본 것으로 하고 자신도 천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슴 안쪽에서 넘쳐나는 여러 ‘생각’들이 열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채 ‘말’로 바뀐다면, 한없이 ‘안녕’에 가까운 울림을 동반할 것 같다.
에지는 잡은 손의 온기에 마음을 담았다.
요코의 손이 에지의 손을 살짝 맞잡은 순간, 여태까지 줄곧 붙잡고 있던 에지 안의 가느다란 실이 뚝 끊어졌다. 갑작스레 눈꼬리에서 물방울이 주르르 넘쳐 귓속으로 흘러내린다.
딸랑.
요코가 좋아하는 풍경이 울린다. 두 사람은 늘 보아 익숙해진 천장에 시선을 준 채, 이불 속에서 가만히 손을 잡고, 소리 죽여 울었다.


“유치우편으로 보내는 편지, 지금 여기서 받는 건 불가능한지…….”
“죄송합니다만, 고인의 희망에 따르는 것이 저의 본분인지라……. 요코 님이 의뢰하신 대로 나가사키 우체국에 유치우편으로 발송하게 됩니다.”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사오카 미네코의 어조는 사무적이고 단호했다. “이 편지는 오늘 돌아가는 길에 우체통에 넣게 되는데요. 유치우편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은 도착 후 열흘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편지가 우스카 우체국에 도착한 후 열흘 이내로 찾아야 한다는?”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은……. 나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했다.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내일 수거해간다. 그렇다면 우스카에는 빨라도 모레 도착할 것이다. 내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은 불과 12일.
“저기, 혹시 말입니다만…….”
“네.”
“제가 만약 우스카에 안 가면 그 편지는……?”
“우편물은 반송하게 되어 있지만 그때는 저희가 소각 처분합니다.”
“소각 처분?”
“의뢰 내용이 그렇습니다.”
“내가 읽기 전에 태워버리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무심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요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우스카에 보내려 한다.


내가 요코의 뼈를 부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머리를 든다. 분골을 업체에 맡기는 사람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된다. 하지만 요코의 유언은 반드시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 마음을 담아, 철두철미하게, 나 자신의 손으로.
“요코…….”
쉰 목소리로 문득 이름을 불러보았으나 그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요코의 미소 짓는 얼굴이 언뜻언뜻 뇌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이다.
“요코…….”
다시 한 번 부르며 유골을 응시한다. (……) 나는 일단 쇠망치를 내려놓고 양손을 뻗어 주머니 위로 유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거친 뼈의 감촉에서 일말의 온기를 찾으려는 나 자신을 느낀 순간, 척추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 듯했다. (……) 요코의 뼈가 하얀 주머니 안에서 부서져 순식간에 작아져간다. 이때 알았다. 슬픔보다도, 허무감보다도, 상실감보다도, 오히려 고마움이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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