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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647392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1-11-10
책 소개
목차
서시 | 크리에이터 이어령의 한마디
서시 | 책의 정원, 초정리에서
1부 고향 가는 길
초정리에서
초가지붕
사랑으로 빚은 집
엄마의 진심
장독대
어머니의 부엌
아버지의 지게
수울수울 넘어간다
미나리
물레방아 도는 세상
마당 깊은 집
마당을 쓸며
뒷동산
대청마루
담배 건조실
내 친구 먹바위
돼지우리와 삼겹살집
장작과 화로
소달구지
안골, 솔뫼, 승어골
나의 밤, 나의 사랑
길을 나서며
고향이 그리워
가족
바람이 분다
지붕 없는 박물관
초정약수 몸값
천연사이다
초정약수와 풍류
고향 가는 길
달밭을 가꾸며
2부 아버지가 지은 집, 아들이 고쳐 쓰다
대들보
시인의 집
누구 일할 사람 없나요?
자료 모으고 스케치하고
지붕에 새 둥지만 200개
개나리꽃 옆에 골담초
약수관정을 찾아
갈등 그리고 화해
이웃집 찰스
짐을 싸며
진퇴양난, 난공불락
낙엽송과 다그라스
나도 상량식
기우제
남으로 창을 내겠소
구렁이 두 마리
내 동생 순자
위대한 유산
어머니의 발자국
비는 오고 일은 더디고
생얼 미인
보일러 놓고 외벽 칠하고
자연을 닮은 집
칠하고 바르고 젖고 물들고
다시 찾은 보물
한옥문을 달고
풍경 소리
이어령의 마지막 선물
이재인의 금일봉
유성종의 그날
손으로 쓴 편지
물길을 내고 정자를 만들고
복을 밟고 오세요
담장을 쌓으며
책이 있는 풍경
책의 정원
집 들어갑니다
후기 | 아버지가 지은 집, 아들이 고쳐 쓰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옥은 열려진 음악이다. 하늘과 땅이 마주하고 햇살과 그림자가 깃들며 들숨과 날숨, 자연의 오달진 생명, 장인의 혼과 진한 땀방울로 집 한 채, 밥 한 그릇 만들었다. 자연이 사람과 만나니 우주가 되고, 날줄과 씨줄이 만나니 삶과 문화가 되어 새새틈틈 스미고 물든다.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별처럼 달처럼 물처럼 숲처럼 그렇게 풍경이 깃든다.
인생은 겪는 것이다. 기쁜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는다.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난다. 눈이 오고 비바람 몰아치는데 겪으면서, 만나면서 운명이 되고 지혜가 되며 존재의 이유가 된다. 장독대엔 장이 익어가고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밥 짓는 구순한 내음 끼쳐오고 마당에는 서리태 까부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마뜩하다. 돌담 옆 붉게 쏟아지는 홍시를 보며 나그네 발걸음 머뭇거린다.
석탄처럼 묻혀있던 꿈을 들어 올렸다. 겹겹이 쌓여있는 어둠을 하나씩 걷으니 윤기가 흘렀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고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만든다. 이곳은 천년의 숨결, 시공을 뛰어넘는 사유의 공간이다. 깊고 느림의 미학, 오래된 미래다.
_ <사랑으로 빚은 집> 중에서
누구는 이를 두고 비움의 미학, 텅 빈 충만이라고 했다. 우리집도 그랬다. 대청마루에서 내려다보는 마당은 텅 비어 있지만 여백과 풍요의 경계를 넘나드는 묘미가 있었다.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마을 풍경과 산과 들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마당은 비움과 채움이 끝없이 반복되는 공간이었으며 놀이와 풍류, 그리고 공동체가 무르익는 곳이었다. 부모님 결혼식도 마당에서 했고 할머니 환갑잔치도 마당에서 했다. 당신의 저승길 가는 꽃상여도 마당에서 시작했다. 가을날 벼를 쌓아 올렸던 곳도, 서리태를 까분 곳도,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평상을 깔고 부채질하며 밤하늘의 별을 세던 곳도 마당이었다.
_ <마당 깊은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