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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47541077
· 쪽수 : 572쪽
· 출판일 : 2016-06-29
책 소개
목차
1. 경성에 오다
2. 어린 고수
3. 신랑감 선발대회
4. 기린지재(麒麟之才)
5. 희미한 지난날
6. 황제를 알현하다
7. 어린아이와의 약속
8. 단 하나의 실수
9. 위험천만
10. 밝디밝은 마음
11. 자객과의 싸움
12. 협골유장(俠骨柔腸)
13. 황폐한 뜰의 해골
14. 복잡한 사건들
15. 지혜의 진주를 쥐다
16. 다가오는 살기(殺氣)
17. 일어나는 풍운
18. 휘몰아치는 폭풍우
19. 각자 솜씨를 발휘하여
20.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21. 눈 속에 비친 충혼
리뷰
책속에서
“너희가 모셔온 소 선생은 대체 어떤 사람이냐?”
소경예와 사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이렇게 물었다는 것은 이미 의심을 하고 있다는 뜻임을 알기에 속이려야 속일 수가 없었다. 하물며 아들로서 오랫동안 훈육을 받아왔으니 아버지와 맞서 싸울 힘 자체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사필이 먼저 사실을 털어놓았다.
“소 형의…… 진짜 이름은 매장소입니다. 아버님께서도 아실 겁니다. 바로 천하제일의 대방파인 강좌맹(江左盟)의 종주 매장소 말입니다.”
사옥은 놀란 나머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쩐지 휘하의 호위무사마저 그렇게 뛰어나더라니…… 이제 보니 랑야방의 으뜸, 강좌매랑이었구나.”
랑야방의 으뜸, 강좌매랑(江左梅郞).
비록 사옥이 귀족 출신이고 녕국후라는 자리에 있지만, 이 이름 앞에서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득한 세상의 빙설 같은 모습, 그윽한 향기 아련한 음악 소리 강가에 울리네. 천하에 펼쳐진 영웅의 길을 모두 아노라니, 강좌의 매랑에게 고개를 숙이네.”
9년 전, 북방의 거장인 초룡방의 방주 속경천(束擎天)이 처음 매장소를 만났을 때 읊은 구절이었다.
당시 공손씨 가문은 화를 피해 강좌로 들어갔고, 속경천은 그들을 쫓아 강을 넘었다. 강좌맹 신임 종주 매장소가 친히 강가에 나와 그를 맞았다. 두 사람은 도검을 들지도 않고 무사 한 명 거느리지 않은 채 하령(賀嶺) 꼭대기에서 이틀 동안 밀담을 나눴다. 산을 내려온 후 속경천은 북방으로 물러났고 공손씨 전 가족은 목숨을 구했다. 이후 강좌맹의 이름은 강호에 크게 떨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태자와 예왕이 최근 끈질기게 선생을 끌어들이려고 유난스레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랑야각이 새로이 발표한 평가 때문이오.”
“랑야각이 또 뭐라고 했습니까?”
매장소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태자 전하가 랑야각에 무거운 상을 내리며 치세에 능한 천하의 재사를 추천해 달라고 했소.”
예황 군주는 가엾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불행히도 선생이 추천되었소.”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매장소가 차갑게 말했다.
“치세는 황제 폐하의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나서려고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설령 이 몸이 랑야각주의 좋은 평가대로 치세에 능한 재사라고 쳐도, 새로운 황제가 등극한 후에야 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설마 태자가 정말 치세에 능한 재사를 원한다고 생각하오? 사실 그가 당시에 뭐라고 물었는지는 이제 와서 따질 필요도 없소. 하지만 랑야각의 대답은 의미심장하오.”
예황군주가 유유히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 대답은 이렇소. ‘강좌매랑, 기린지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기린(전설의 동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비유함-옮긴이)?”
매장소가 실소를 터뜨렸다.
“랑야각주가 분명 제게 원한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예황 군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반쯤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댔다. 눈동자에서 맑은 빛이 반짝였다.
“선생을 만나고 보니 오히려 랑야각주가 이번에도 제대로 맞혔다는 느낌이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