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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외국 무협소설
· ISBN : 9788947546188
· 쪽수 : 624쪽
· 출판일 : 2020-08-13
책 소개
목차
천마살
1장 장안성 괴살인 사건
2장 청룡 부적 사건
3장 백호 부적 사건
4장 비밀 석진
5장 신마 치우
6장 당태종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
7장 그대여, 잠시 능연각에 오르라
8장 도와 마의 싸움
9장 주작 부적 사건
10장 천마의 비밀
11장 다시 나타난 천서
하
뇌성의 전주
서장
1장 신임 상사
2장 법회에 일어난 의문
3장 최부군묘 요룡 사건
4장 원수를 갚으러 온 피리
5장 대재앙이 내리다
6장 지난날 뿌린 씨앗
7장 장안의 지부
8장 거울 속에 나타난 흉사
9장 누각 위의 범인 색출
10장 법진에 갇힌 영웅들
11장 궁궐의 격변
12장 요룡 사건 뒤의 앙화
종장
리뷰
책속에서
“대랑, 사실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만약 지금 안락공주가 자네에게 살뜰하게 대한다면 어찌할 텐가?”
또다시 ‘안락공주’라는 단어를 듣자 원승의 심장은 여전히 까닭 없이 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썹을 치키며 태연하게 말했다. “제가 기꺼이 그녀에게 휘둘릴 생각인지 묻고 싶으십니까?” 이융기의 눈빛이 더욱더 의미심장해지자 원승이 또 물었다. “부디 알려주십시오. 삼랑의 마음속에 천하란 무엇입니까?”
이융기는 움찔했으나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원 대랑은 천하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 천하는 본디 태조께서 여신 이 씨의 당나라이고 그 후 현명하고 신무하신 태종 황제께서 등극하셨습니다. 하지만 한 세대 후 무 씨의 주나라로 바뀌어 천하의 성은 무 씨가 됐습니다. 다행히 민심이 당나라를 그리워해 또다시 이 씨의 당나라가 됐습니다만, 이 천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위 씨의 천하 심지어 다시 무 씨의 천하로 말입니다. 윗사람들에게는 사생결단을 내는 문제지만 아래에 있는 백성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에게는 환술극 몇 편 구경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의 천도는 간단하고 소박하고 공정한 것입니다. 천하는 오래 편안하게 다스려야 하며 백성을 쉬게 해야 하며, 백성에게 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조정에서는 퇴마사를 금오위에서 독립시켜 대리시 소속 분과 기구로 만들어 임치군왕 이융기에게 잠시 맡긴다고 선포했다.
“삼랑께서는 어째서 구태여 오욕을 자처하십니까?” 원승은 한숨을 쉬었다. “풍류 군왕인 이 삼랑은 정사를 모른다, 사건 보고를 할 때도 가희를 불러 악곡과 변문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국도에 파다합니다. 심지어 항간에는 ‘곡이 틀리면 삼랑이 돌아본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 말이 퍼져 있다니 참으로 위안이 되는군!”
이융기는 기분 좋게 웃었지만, 눈동자에는 어두운 구름이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위 황후는 속이기 쉬우나 태평 고모는 방비하기 어려운 사람이네! 우리 태평 고모께서 나를 퇴마사 수장으로 고른 것은 물러남으로써 나아가게 하는 균형 잡기라네. 사실상 그분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아직도 나를 무척 꺼리고 있네. 이렇게 풍류를 즐기고 방탕하게 살아야 태평 고모나 또 다른 여러 사람에게 대항 할 수 있네.”
원승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융기가 비교적 곤란한 위치에 있는 것은 그도 알았다. 이융기는 그저 재주를 숨기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이런 태도가 주효한 것은 분명했다.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어 각 세력다툼 속에서 퇴마사의 실권을 쥐지 않았는가.
구담 대사는 다소 멍한 눈으로 천마 그림을 바라봤다. “진실로 저 본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싶구먼. 도가의 천인합일설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천마인데, 목하 인심이 혼란하니 혹여 천마가 정말로 부활에 가까워졌는지도 모르네.” 구담 대사는 마치 그림 속 천마에게 넋을 통째로 빼앗긴 양 뚫어지게 응시했다. “원 대랑, 이제는 그대가 천마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일세.”
“대사님.” 원승은 그의 헐떡임이 심해지는 것을 보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느닷없이 그가 나지막이 외쳤다. “대관절 누가 대사께 독을 줬습니까?” 구담 대사는 진작 중독된 상태였다.
“혹 이것이 바로 천마의 저주일지 모르네. 천마의 비밀을 아는 이는 저주를 당하게 되는 법, 혹자는 그를 파묻기도 하지만 혹자는 그에 잡아먹히지. 때가 됐네. 나는 안다네. 천마가 나타날 것이네!” 구담 대사의 눈동자에서 빛이 흩어졌다. “원 대랑, 대랑이 손수 천마를 묻어야 하네. 결단코 나처럼 잡아…….” 천축 세가의 대산학가는 ‘잡아먹힌다’는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 채 침울하게 고개를 떨구고 다시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