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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외국 무협소설
· ISBN : 9788947546195
· 쪽수 : 664쪽
책 소개
목차
고양이 요괴 수수께끼
1장 곁들다
2장 억울한 심문
3장 탈옥
4장 그물을 친 사람은 누구인가
5장 도박장
6장 곤붕맹
7장 흥당회
8장 누구나 마음속에 고양이 요괴가 있다
9장 비문의 진종
10장 천마의 영역
11장 엎치락뒤치락
12장 마지막 천사책
하
잠룡의 변신
1장 혼인
2장 몰래 쏜 화살
3장 공주부의 성대한 연회
4장 가짜가 진짜가 되면 진짜도 가짜
5장 놀란 기러기의 춤, 좁은 길을 잇다
6장 의심
7장 솟아오르는 잠룡
8장 창을 거꾸로
9장 용과 봉이 비상하는 태극궁
10장 다시 능연각에 올라
종장
작가 후기
책속에서
가산 밑으로 흐르는 맑은 샘물을 보자 이융기는 서둘러 자신의 옷차림을 샅샅이 살피고는 다시 물에 모습을 비춰봤다. 순간, 움찔 놀랐다. 물에 비친 당황한 얼굴에서 가장 끔찍한 점은 왼쪽 뺨에 찍힌 검은 자국이었다. 대략 손가락 세 개 너비만 한 자국이 얼굴 반쪽을 몹시 괴상하게 가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힘껏 눈을 비비고 다시 물속을 들여다봤다. 정말 나인가?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순간, 멀리서 왁자한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람이 별이 달을 쫓듯 두 사람을 에워싼 채 나오고 있었다. 이융기는 온몸이 뻣뻣해진 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 가운데 의젓하고 귀티가 나며 눈빛이 매서운 사람은 당연히 그의 고모인 태평공주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놀랍게도…… 그 자신이었다! 그랬다. 태평공주가 공손하게 배웅하는 사람은 바로 대당나라 천자 이융기였다.
그 사람의 옷차림은 이융기와 완벽히 똑같았다. 밝은 황금색 바탕에 날아오르는 용을 희미하게 수놓은 교령 장포에, 금칠한 봉황 날개 익선관까지 전부 똑같았다. 심지어 키도 똑같고 생김새와 거동도 똑같고 목소리와 웃는 얼굴까지 똑같았다.
“떠날 때가 됐어요. 더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어요.”
원승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것이 천천히,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대기를 달랬다. “그날, 함께 천하를 주유하자던 약속, 아직 기억하오? 난 시종일관 잊지 않았소. 남아주시오. 도저히 안 되겠다면 우리 함께 강호를 유람할 수도 있소.”
대기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당신은 나 때문에 떠날 리 없어요. 그렇죠?”
페르시아 여인의 말투는 중원 여자들처럼 완곡하고 부드럽지 않았지만, 정곡을 찔렀다.
원승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적잖이 핏발이 서 있어서, 여러 날 밤 푹 자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원승은 그 눈이 맑고 깨끗한 호수처럼 자신의 가식과 나약함을 환히 비추는 것만 같았다. 그는 육충이 자신을 나무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언제나 빈틈없고 세상만사 무관심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다던. 그 두꺼운 가면이 그를 진짜 사람 같지 않을 만큼 차분하게 만들고, 그가 가진 모든 감정마저 묻어버린 것 같았다.
원승은 그곳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공평한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고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굳었다. 고양이 요괴가 물러난 뒤 방에 커다란 공터가 생기자 그는 그제야 방 안의 배치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방은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대한 곳이었다. 사방에 겹겹이 숨어 있는 고양이 요괴를 빼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놀랍게도 한가운데 놓인 칠흑같이 새까만 관이었다.
뜻밖에도 관은 아직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으로 시선을 던진 원승은 관에 누운 사람을 발견했다. 온몸에 밝은 노란색 자수 황포(皇袍)를 입은 사람이었다. 원승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는 황급히 관으로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랬다. 관에 누운 사람은 바로 대행 황제 이현이었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려왔다. 비록 이 역천단에 비문의 최대 비밀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처럼 놀라운 비밀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몸을 굽혀 살피려는 순간, 관에 있던 이현이 눈을 번쩍 떴다. 대행 황제의 두 눈은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너무나 괴이한 상황이라 원승도 하마터면 정신이 나갈 뻔했다. 다행히 원승이 쓴 가면이 환한 광채를 뿜어내자, 이현의 눈에 어린 빛은 그 환한 광채에 부딪혀 금세 스러졌다. 원승은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이건 대행 황제의 시신이 아니라…… 고양이 요괴와 똑같이 인형술로 만든 괴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