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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7803625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20-08-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_ 우한 교민에게 보낸 천만 원
1. 당신 눈물로 세상이 따뜻해지네요
2. 우한 교민에게 보낸 천만 원
3. 여기에 꽃밭을 만들겠어요
4. 내 글 쓰는 도구가 된 상추
5. 인생 별거 아니라고요?
6. 동생 둘이 찾아온 날
7. 아내와 남천촉
8. 국도 떠 놓고 가소(남편은 안 바뀐다)
9. 장타(長打)가 뭐길래
10. 어느 목사님의 주례사
11. 깨어진 시계
12.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13. 신기한 감나무 과수원
14.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다
15. 맘에 안 든 표지 때문에
16. 맘에 안 든 표지가 일을 한다
17. 먼 데서 오신 손님
18. 갑자기 살맛이 날 때
19. 김밥 끄트머리 좋아하는 사람들
20. 대파 1단과 책 10권 들고 가는 여인
21. 아내 눈치 보며 사는 남편들
22. 어느 독자의 투정
23. 깨달음은 죽음 같은 것
24. 교육 목적은 아름다운 감수성을 키우는 것
25. 당신이 찾아주신 뒤
26. 94세 할머니의 부탁
2부_ 어느 날의 편편상(片片想)
1. 어느 날의 편편상(片片想)
2. 공부 잘하고 오겠습니다
3. 오늘 저녁은 쑥전이어요
4. 함께 일할 때는 고수라도 하수처럼
5. 코로나19 때문에
6. 고흥 금장교회_ 벽난로가 있는 집
7. 고흥 금장교회_ 그 사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8. 고흥 금장교회_ 점심 반찬 만들어 오는 할머니
9. 고흥 금장교회_ 다듬지 않은 말도 통하는 사람들
10. 고흥 금장교회_ 잃어버린 그 아들의 명함
11. 고흥 금장교회_ 마음이 쉬고 싶은 집
12. 어른들끼리 잘 놀기
13. 생강차 한 잔
14. 내 영혼을 어루만져 주세요
15. 내가 자고 있을 때
16. 100년 넘은 집에서 살기
17. 릴케의 장미와 만날 때
18. 내 영혼의 빗장을 노크하는 사람
19. 김밥 잔치
20. 대답하는 자(者)와 질문하는 자(者)
21.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친필이다
22. 스마트폰 문자 오는 소리
23. 존경하는 ‘더, 더, 더 팬’ 님께
24. 선물이 아니라 정입니다
25. 3치 4씨가 있는 여인들
26. 고흥 인터체인지에서 만난 두 신사
27. 사람의 매력은 15분 동안이다
28. 그 무서운 항암 어떻게 견뎠어
29. 선생님 옷이 얇아요
30. 리더는 희망을 나른다
31. 리시안셔스 꽃
32. 6월의 선
3부_ 우리 영감 오기 전에
1. 우리 영감 오기 전에
2. 누가 해 준 이야기
3. 흔한 것에도 마음이 담기면 귀한 것이 된다
4. 미소는 최고의 상술(商術)인가
5.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다
6. 억지로라도 좋은 말 하고 나면
7. 너무 늦었다
8. 해서는 안 되는 대화법
9. 백발은 대접받아야 한다
10. 언니 목소리는 낭랑 18세
11. 백일홍나무는 왜 오그라들었는가
12. 무심한 내 눈짓 하나에도
13. 아기 쑥 두 봉지
14. 금산죽을 버리고 와서
15. 진딧물과의 싸움
16. 보리수 그늘 아래
17. 내 인생에 즐거운 한때도 있었지
18. 지금도 사람에게 설렘이 있나요?
19. 내 인생의 절정은 어느 때인가
20. 죄책감은 더 무섭다
21. 선생님은 사랑이십니다
22. 오늘 아침의 내 기도
23. 뭉크의 「절규」
24.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25. 영화 「기생충」 보셨나요?
26. 냉이 향이 얼마나 날아간다고
27. 흥분 안 하는 사람
28. 독일 총리 메르켈 이야기
29. 아버지의 준엄함과 어머니의 인자함
30. 어느 음악인 독자에게
31. 광범한 자아(自我)로 성숙하려면
32. 덴마크 동화와 어린이 교육
4부_ 자기 쓰레기 자기 양복 주머니에 넣는 사람
1. 우리들의 오빠
2. 내가 가장 잘 쓴 돈 5만 원
3. 자기 쓰레기 자기 양복 주머니에 넣는 사람
4. 내가 지금 위로받으러 가는 사람
5. 동태전과 병어조림
6. 채혈실 앞에서 일어난 일
7. 10분만 더 있다 가세요
8. 꽃대가 올라온 냉이
9.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10. 같이 가실래요
11.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12. 예측 불허의 검
13. 물김치 한 통의 행복
14. 아픈 사람한테 전화하려면
15. 주인을 못 찾고 돌아오는 책들
16. 더워서 기뻐요
17.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서 있는 할머니
18. 속 터져서 문자 못 해요
19. 의인은 한 사람도 없다
20. 커피와 우거짓국
21. 아내 말대로 장보기
22. 비행기 이착륙을 안 보셨나요?
23. 기절 낙지가 만드는 기적
24. 살아났는가
25. 내복을 깁고 있는 남편
26. 가장 자애로운 일상
27. 오래 살면 아름다워진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 글을 읽은 친구들은 내 남편 얘기가 재미있다고 한다. 나는 별로, 보통인데. 나는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쓰는 편이니까,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사람이 남편이다. 다행히 뭐라고 써도 남편은 괜찮다고 한다. “자네가 빛날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 돼도 좋네.”
내 글을 위해서라면 자기는 어떻게 써도 좋다고 한다.
며칠 전 이런 남편과 얘기했다. 주제는 “남편들은 젊으나 늙으나 아내 눈치 보고 산다.”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아내 눈치 가장 많이 보고 살 거네.”
내가 남편을 구속하고 살고 있나? …나는 안 그런다고 해도, 내 존재가 짐이 되는가? 그러나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부부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살기에 상대의 눈치 보는 건 당연한 일. 사랑하는 아내 마음에 조금의 못마땅함도 안 주려고, 세심하게 아내 의중을 보살피는 행위, 이걸 부정적 표현으로 ‘아내 눈치 본다’고 하는데, 긍정적으로 보면 남편의 ‘섬세한 아내 마음 살피기’이다.
“여보, 오늘 저녁은 쑥전이어요… 메밀가루 밀가루 조금 섞어 쑥 넣고 만든 쑥전 부침개.” 내가 이 말을 남편에게 여러 번 했으나, 남편 대답이 없어서 또 반복한다.
“오늘 저녁은 쑥전이어요. 메밀가루에 밀가루 조금 섞은 쑥전 부침개.” 남편이 짜증난 목소리로 “알았다고, 알았어” 한다. 말 많이 하는 것 싫어하는 남편.
그때야 나는 ‘앗차! 내가 또 말 많이 했구나’ 입을 다문다.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내 생명이 정지된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말하고 싶은 걸 참는다. ‘이번엔 오래 참아야지’ 왜 나는 사람과 말을 하려고 할까. 그러다가 말을 참고 있는 내 꼴을 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남편이 왜 웃느냐고 한다. “당신하고 말하고 싶은 걸 참고 있는 내 꼴이 하도 우스워서… 다 참아도 웃음은 못 참겠네.” 내가 갑자기 크게 막 웃자, 어이없는지 남편 표정도 밝아진다. 남편이 차게 말하면 나는 더 따뜻하게 말해서 녹이면 되지.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설날 이틀 전. 박 선생 댁에서 종일 공부하다가(놀다가) 저녁 7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노는 게 공부다.
그런데 두 어른이 잘 논다는 건 쉽지가 않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에, 아이들은 놀다가 자주 싸운다. 승부 근성이나 이기심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지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경청만 하고 있으면 ‘최고의 놀이’인 대화가 싱거워진다. 창의적이고 따뜻한 말로 대화에 새 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
공부하러 간다고 나간 내가 돌아오자 남편은 내게 부드럽게 묻는다. “공부는 잘하고 왔는가?”
공부하고 온 자녀를 나무라는 부모는 없다. 자녀가 공부한다고 하면 부모는 무조건 기뻐하면서 최고로 대우한다. 그렇듯이 가장(家長)인 남편은 아내를 양육하고 보호할(에베소서 5:29) 의무가 있다. 공부하는 아내를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