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49715537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17-01-20
책 소개
목차
인간의 조건
제1부… 11
제2부… 77
제3부… 124
제4부… 149
제5부… 218
제6부… 255
제7부… 288
왕도
제1부… 313
제2부… 370
제3부… 402
제4부… 459
말로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말로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485
말로 연보… 494
책속에서
‘세상 사람은 나와 동류(同類)가 아니다. 그들은 나를 보고 나를 심판하는 인간들이다. 내 동류는 나를 보지 않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 있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실패를 하더라도, 아무리 비열한 짓을 하더라도, 또한 비록 배반하는 일이 있더라도 상관 않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한 행위라든가 내가 앞으로 할 행위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그렇지, 같이 죽을 수 있을 만큼…… 나는 오직 그녀하고만 이 애정―비록 그것이 상처투성이의 것일지라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죽을지도 모르는 병든 자식을 부모가 같이 지켜보고 있듯이…….’
지조르가 놀란 것은 그러한 급작스러운 감동, 그러한 살인의 숙명적인 정확성, 자기의 경우엔 대수롭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도 무서운 중독의 정확성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첸이 바라던 도움을 베풀어 주지 못했는가, 살인이란 얼마나 고독한 것인가―그리고 얼마나 이러한 고뇌 때문에 자식인 기요가 자기에게서 멀어져 갔는가를 느꼈다. 자기가 여태껏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던 “인간을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비로소 아들의 얼굴과 함께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너그러운 무관심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 세계보다도 더 진실한 세계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다 오래도록 변함이 없고 보다 그 자신을 닮은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정처럼 확실하고 늘 너그러우며 또 늘 찾아낼 수 있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물건의 형태, 추억, 사고 등 모든 것이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우주로 서서히 가라앉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