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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3~4학년 > 동화/명작/고전
· ISBN : 9788950924829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10-06-23
책 소개
목차
그레첸 폴베크 / 연애편지 소동 / 거짓 맹세 / 프란츠 외삼촌 / 어린 양 / 방학 / 빈딩거 선생님 / 누나의 결혼식 / 미미의 옹알이 / 굳은 결심 / 부잣집 아들 / 마음을 고쳐먹다
리뷰
책속에서
나는 화가 나서 편지에 무슨 나쁜 이야기를 쓴 것도 아닌데 너무 한다며, 착하고 예쁜 소녀를 생각하며 쓴 편지일 뿐이라고 대들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누런 덧니를 드러내 보이며 너털웃음을 웃고는,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캐물었다. 아차, 싶었다.
교장선생님은 거듭 이름을 대라고 을러댔다.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져버린 나는 얼굴을 똑바로 들고 상대의 명예를 존중할 줄 아는 남자는 이름을 털어놓지 않을 거라고 버텼다. 절대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을 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정말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그 커다란 책을 덮었다.
"너는 우리 정원에 피어난 잡초 같은 놈이야. 우리는 너를 뿌리째 뽑아 버리고 말 거다. 거짓말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 주마! 난 이 편지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 나가!"
나는 교실로 터덜거리며 돌아와야만 했다. 오후에 전체 교사 회의가 열렸다. 교장선생님과 종교 선생님은 나를 퇴학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이 그건 너무 지나친 처벌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래서 나는 여덟 시간에 걸친 감금 처벌을 받았다. 학교 안에 있는 감방에 혼자 갇히는 벌이다.
"이제 이 성스러운 촛불 앞에서 너에게 묻겠다. 거짓맹세가 얼마나 무서운 화를 불러오는 지는 내 종교 수업시간에 배워서 잘 알고 있겠지."
"저는 전혀 돌을 던졌을 수가 없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성스러운 촛불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터라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비비꼰 것이다.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예' 또는 '아니오' 라고만 대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안 던졌어?"
"아뇨."
나는 대답했다. 종교 담당 선생님은 어깨를 움찔하며 말했다.
"그럼 얘는 아닙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군요."
그제야 교장선생님은 나를 놓아줬다.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내가 일요일 저녁에 그림이 있는 곳을 겨냥해 돌을 던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점이 나를 기쁘게 했다. 분명 나는 돌을 던졌을 수 없다고 하지 '않겠다' 라고 말했다. 안 던졌냐고 물어서'아뇨'하고만 대답했다. 내가 거짓말을 했는가? 어리석은 물음에는 똑똑하게 대답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내 똑똑함은 통했다.
나는 누나가 때리기도 하냐고 물었다. 때리지는 않지만 워낙 잘난 척을 하는 통에 미워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성적이 나쁘면,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성화를 부린다나. 나는 아르투어에게 그 심정은 알고도 남는다고 말해줬다. 세상의 누나들은 왜 다 그 모양일까?
"그런데 말이야, 방법이 없는 건 아냐. 제대로 겁을 줘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기는 쉬워!"
내 말에 아르투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냐고 아르투어는 캐물었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정말 순진한 녀석이다. 예를 들어 누나의 침대에 도마뱀 한 마리 넣어 두면 간단한 것을 가지고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침대 위에 눕는 순간, 차가운 놈이 꿈틀하면 여자는 죽어라 비명을 질러 대기 마련이다. 그런 꼴을 한 번 당하게 되면 다시는 잘난 척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르투어는 어떻게 그런 장난을 할 수 있냐며, 자기 같으면 그야말로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가는 아빠에게 흠씬 얻어맞을 거라나. 나는 매 맞을 것을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충고했다. 사내녀석이 그렇게 소심해서 뭘 한단 말인가.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던 아르투어는 한 번 시도해 보겠노라고 약속했다. 뚱뚱보 계집애가 얄밉기만 했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