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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0960599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5-07-10
책 소개
목차
2월, 나 떠나기 전 …… 9
3월, 잭의 새 아내를 찾습니다 …… 143
4월, 당신의 옆자리, 그녀 …… 273
5월, 혼자 두지 않을게요 …… 399
1년 뒤, 당신이 어디에 있든 …… 405
감사의 글 …… 413
옮긴이의 글 …… 416
리뷰
책속에서
잭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의 몸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서는 하루 종일 포름알데히드 근처에서 지낸 사람처럼 병원 냄새가 났고 그 냄새에 취할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그가 키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두 번째 데이트 때 키스하면서 헤어졌으니 그다음 진도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내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 “빵가루가 묻었어요.” 잭이 엄지로 내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잭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앉았고, 나는 그가 만진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고마워요.” 힘없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고 보니 그는 웃음을 참는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창피한 마음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요?”라고 물어버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피셔 박사가 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왜죠?”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면…….” 잭은 둘이 나눠 먹던 머핀을 한 입 베어 무느라 셔츠 앞섶에 빵가루를 잔뜩 흘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마치기 전, 그는 그날 연구한 것, 물고기의 독감이었나, 그런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화제를 바꾸었고 나는 다 망쳤다고 믿게 되었다. 그 순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고백을 받은 것은 몇 달이 지난 뒤였다.
그런데 실제로 누가 물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자꾸 생각나는 질문이 있다. 한 달 뒤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가방을 싸서 유럽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아말피 해안에 집을 빌린 뒤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와 와인을 실컷 먹을 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할 정도로 야심이 컸구나 싶다. 죽게 된다 해도 절망하지 않으리라 자신만만했던 스물한 살짜리가 조금 창피하다. 그 애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레드 와인을 마시며 ‘카르페 디엠!’을 외치겠다고 했다. 어리석기도 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으니.
잭과는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그는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이었고, 남편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갑자기 손 하나가 보여 나는 흠칫 놀라며 피했다.
“미안해요.” 누군가 말했다. “벌이 있었어요.”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렸고, 벌레도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큰 벌은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침이 없잖아요?” 내가 말했다.
“흔한 착각이에요.” 그는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가 머리 위에 내리쬐는 햇살보다 눈부셨다. 그의 비뚤어진 치아에 눈길이 갔다.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꿀벌하고는 다르게, 저 벌은 여러 번 쏠 수 있어요.”
평생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