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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0980207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9-04-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브는 옷장을 열고 옷걸이를 하나씩 밀어가며 원피스, 윗옷, 스커트를 휙휙 훑어본다. 그러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동작을 뚝 멈춘다. 벨트, 장갑, 작년 여름에 산 밀짚모자를 올려둔 선반 위에 박엽지로 포장한 작은 상자가 하나 있다. 맹세코 전엔 본 적이 없던 물건이다. 장갑 한 짝을 꺼내 낀 다음 조심스럽게 꾸러미를 집어 들어 한 손으로 무게를 가늠해 보고는 포장을 벗긴다. 비둘기 색 상자에는 반 디에스트라는 이름이 쓰여있다. 상자 안, 회색 벨벳 쿠션 위에는 정교한 로즈골드 색 팔찌가 놓여있고, 팔찌의 걸쇠에는 똑같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박혀있다.
두근두근 심장이 두어 번 뛰는 동안 노려본다. 왼쪽 장갑을 홱잡아당겨 뺀 후, 팔찌에 손목을 쏙 집어넣고 걸쇠를 채운다. 맞춘 듯 딱 맞는다. 잠시 무기력하게 팔찌 낀 팔을 쭉 뻗고는, 팔찌의 외관과 찬 듯 안 찬 듯한 무게에 황홀감을 느낀다. 접힌 박엽지 안, 간신히 보이는 한쪽 구석에 카드가 있다. 친필 카드다.
몸조심 해, 이브 ? V가 팔찌를 차고 장갑 낀 손에 카드를 쥔 채, 이브는 그 자리에 꼬박일 분 동안 서있다. 저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장난스러운 인사말일까, 아니면 노골적인 협박일까?
여자가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 하나로 이브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러는 동안 여자의 손목에서 상하이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팔찌를 본 이브가 너무 놀라 할 말을 잃는다.
“그거…… 그거 내 거잖아. 그거 어디서 났어?”
“씨버드 호텔 네 방에서. 어느 날 밤 벽을 타고 네 방에 들어가서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너무 못 참겠더라고.”
이브가 무표정한 얼굴로 여자를 노려본다. “네가…… 지켜봤다고, 내가 자는 걸?”
“베개 여기저기에 머리를 산발하고 자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정말 연약해 보이던데.” 여자가 이브의 귀 뒤에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만다. “몸조심 좀 해야겠더라. 너를 보면 전에 알던 사람이 생각나. 너처럼 눈이 예쁘고 미소가 슬펐지.”
“그 여자 이름이 뭐였는데? 네 이름은 뭐고?”
“이런 이런, 이브. 내가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
“넌 내 이름을 알면서 나한텐 네 이름을 안 알려 주겠다고?”
“그럼 재미없어질 거야.”
“재미가 없어져? 오늘 아침에 남의 집에 쳐들어가 놓고, 지금 재미없을까 봐 걱정해주는 거야?”
“너한테 뭘 좀 남겨주고 싶었거든. 깜짝 선물이랄까.” 여자가 손목에 찬 팔찌를 흔든다. “팔찌에 대한 답례야. 이렇게 수다 떠는 거 정말 좋은데, 그만 가봐야겠네.”
“크레이들을 데려갈 거야?” 이브가 턱을 들어 크레이들을 가리킨다. 크레이들은 스무 걸음 쯤 떨어진 지점, 오토바이 옆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데려가야 돼. 언제 꼭 다시 한번 이렇게 수다 떨자고,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 너한테 할 말도 많고. 그러니까 àbientôt(잘 가), 이브. 곧 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