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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88950981938
· 쪽수 : 325쪽
· 출판일 : 2019-06-29
책 소개
목차
발문_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
돌아서서 떠나라
불 좀 꺼주세요
문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돼지와 오토바이
저자 소개_ 극작가 이만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 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
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
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 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