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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910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09-11-26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까 그 남자다. 그녀의 뱃속까지 꿰뚫을 듯한 눈이 다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는 그런 동화를 비웃는 듯 내려다보았다.
“이제야 내가 무서운가?”
“누구세요?”
“이곳 주인이지.”
그렇구나. 화이트홀의 사장.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재진이가 말했던 사람이다. 상관없이 사는 게 인생 편할 거라던.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그 말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난 당신 겁 안 나요.”
그렇다고 물러날 동화가 아니다.
“이런, 겁을 먹는 게 나을 텐데. 그랬으면 이렇게 다치지도 않았지.”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누가 들어왔다. 그의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다. 마르고 안경을 써 공부벌레 타입이라 생각했지만 아까 한 번에 두 놈을 날려차기로 쓰러트리는 걸 직접 보았다. 그의 손엔 구급약상자가 들려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놔두고 나가봐. 바깥 정리는 다 했나?”
“예.”
안경잡이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다시 나갔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동화의 손목이 그에게 잡혀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틀어 빼려고 했지만 강건은 그렇게 간단히는 놔주지 않았다.
“놔주세요.”
“가만있어.”
동화는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약상자를 열어 소독약과 솜을 꺼냈을 뿐이다.
“움직이지 마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찌르는 듯한 시선 아래 얼마쯤 버티다 동화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그는 그녀의 손을 놔주었다.
“좀 쓰라릴 거다.”
“이런 상처쯤 아무렇지도 않아요.”
강건이 이마의 상처를 소독하는 동안 그녀는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사실 그렇게 작은 상처는 아니었다. 쇠파이프의 끝이 약한 살을 파고들어 아주 날카롭게 찢어놓은 것이다. 아마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큰 상처가 되어 흉이 오래갔을 것이다. 그나마 이만한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른 여자라면 아픔에 소리를 지를 만도 한데 동화는 처음 소독약이 닿았을 때 잠깐 숨을 들이켰을 뿐이었다. 그것도 강건이 들을까 작은 소리로 숨겼지만 말이다. 하, 이것 봐라?
“자존심 하나는 대단하군.”
그는 이제 그녀를 보고 웃지 않았다. 강건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지자 동화도 표정을 풀었다.
“아까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로. 내 건 내가 지키지.”
“예?”
“술 없이 저녁 장사를 할 순 없잖아.”
“그렇죠.”
그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바로 코앞에 그의 벌어진 셔츠가 보이자 동화는 긴장하고 말았다. 강건이 그녀의 머리에 붕대를 감느라 팔을 크게 움직이자 눈앞에서 근육들이 불끈거렸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선 동화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좋은 냄새가 났다.
‘안 돼! 류동화, 너 뭐 하는 거야?’
그녀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