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타임

[룸서비스입니다.]
[룸서비스요?]
[커플에게 제공되는 룸서비스입니다.]
커, 커플? 나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한숨지었다. 이젠 커플로 오해받기까지 한다. 내가 미치지!
[고마워요. 하지만 우린 커플이 아니랍니다. 다시는 그런 오해 없었으면 하네요!]
나야는 강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안 그래도 단 음식이 당기던 때라 잘 됐다 싶었지만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남자에게 찌르듯 쏘아붙였다.
그리고 남자가 어떤 표정과 어떤 대답을 하든 상관없이 문을 닫고 잽싸게 포장지를 뜯어서 초콜릿을 한 개 꺼내 입에 넣었다. 수제 초콜릿 같았는데 맛이 좋았다.
부드러운 맛은 물론 씁쓸한 카카오의 맛도 함께 느껴져 입술이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맛있어.”
“거 혼자 먹고 그럽니까!”
초콜릿을 두 개째 입에 넣는데 강남이 욕실에서 나와 그녀의 초콜릿을 뺏어먹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잘 됐네. 우와, 이거 뭔데 이렇게 비싸대?”
“먹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먹어요!”
“야박하게 또 이런다!”
“밉살스럽게 행동하니까 그렇지.”
“나쁜 점만 보면 내가 미워 죽을 거요. 반대로 날 좀 예쁘게 보면 반할지도 모르고.”
나야는 그의 궤변에 질린 듯 초콜릿을 욕심내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도 한 개를 더 먹고 질린다며 침대에 누워 하품을 했다.
“이거 졸리네.”
강남은 눈이 감기자 입맛을 다셨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몸이 뜨겁고 사타구니가 가려운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상체를 일으키고 나야에게 시선을 던졌다. 젠장! 나야의 상태가 이상하다. 눈이 풀린 건 물론 벽에 몸을 찰싹 붙이고 이상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몸이 왜 이렇게…… 이상하죠?”
“젠장! 이거 어디서 산 거요?”
“룸서비스라고 준 거예요.”
“룸서비스?”
나야는 아직까지는 의식이 남아 있는지 묻는 말에 곧잘 대답했지만 혀가 풀리고 의식이 가물거려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어이, 나 소장! 정신을 놓으면 안 돼, 무, 물!”
강남은 나야가 혀로 마른 입술을 문지르며 교태를 부리자 난감해져 욕실에 뛰어들었다. 아무래도 초콜릿에 최음제가 들어간 모양이다. 이런 걸 룸서비스로 줬다고? 믿기지 않아 욕조에 찬 물을 받으면서도 혼잣말을 하게 된다. 물이 욕조에 반쯤 차올랐을 때 그는 욕실에서 나와 나야를 불렀다.
“나 소장!”
나야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한 개만 먹어도 욕정을 느끼는 마당에 그걸 족히 8개는 먹었으니 이런 낭패가 없었다.
“나 소장, 정신 차려요! 나 소장!”
“응, 응…… 몸이 왜 이렇게…….”
나야는 흐느끼며 꿈틀거렸다. 그러다 강남이 그녀의 팔을 잡자 뒤로 나자빠지더니 깔깔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