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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88952117113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5-02-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I. 형벌·국가·권력: 전근대 신체벌과 고통의 정치학
‘죄와 벌’의 통치공학: 형벌과 형법 · 20
왜 견뎌야만 하는가: 형벌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 36
II. 고문과 처형의 도상학: 중세와 근대의 비인간적 접점
르네상스와 정치폭력, 그리고 정치권력 · 88
천국과 지옥의 미술정치: 공포의 동원과 반복 학습 · 126
형벌로 보는 혁명과 신화, 그리고 순교: 묶이고·굴리며·뜯기는 · 137
III. 형벌 그리기: 단죄의 미술
책형?刑 · 190
교형絞刑 · 210
참형斬刑 · 234
화형火刑 · 262
편형鞭刑과 사적私的 형벌 · 274
IV. 고문과 처형의 정치학: 전근대의 지속
제국의 정의正義와 전쟁의 폭력미학 · 298
학살과 야만의 미술 · 307
에필로그 · 321
참고문헌 · 327
찾아보기 · 341
저자소개
책속에서
군중의 두려움을 배가시키고자 한 당국의 노력은 처절했다. 정치권력을 강하게 의식하는 자들도 초라했지만 이들을 다잡아 영구히 복속시키려 온갖 장치들을 고안하려는 제도 권력의 궁리란 것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효수의 국가별 편차를 헤아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그처럼 단순해져 갔던 제도의 정치적 장악력과 막후의 동기였다.
들라로슈의 처형 장면 묘사는 예외적 깔끔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과장과 역사왜곡으로 현실성을 크게 벗어났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보다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순교사와 그 열전에 주력한 들라로슈였고 보면 동시대 인물들을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 건 크나큰 오류다. 1) 레이디 제인은 마구간처럼 보이는 어두운 실내에서 처형당하지 않고 타워 힐 건물 밖, 즉 ‘타워 그린’으로 이름 붙여진 특정 장소에서 참수되었고, 2) 고래 뼈로 만든 우아한 코르셋을 착용하거나 화사한 화이트 새틴 드레스를 입고 처형 당일을 맞이할 수 없었으며, 3) 그녀의 머리칼은 참형을 앞두고 틀어 올렸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즉 그림처럼 탐스런 금발을 어깨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한다는 건 형벌 현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라로슈의 ‘표현의 정치학’은 대중적 인기를 먼저 의식하고 미술적 환호와 끈적한 멜로물을 지향하려 든다.
민중의 정치적 일탈과 저항을 정면에서 억압하는 최고 · 최대의 방편이 당국의 형벌 메뉴의 개발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 형벌이 책형과 교형 혹은 참형이란 기본 유형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변용과 응용을 가져온 까닭도 통치 차원의 민감한 기획과 맞닿아 있었다. 따라서 누군가는 정교한 고문의 물리적·외과적 효과와 사회·심리적 충격을 계산하고 있었고 그 결과 민중 부문이 어떻게 반응할는지 측량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정치적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