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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2210685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09-02-1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서문 (스터즈 터클)
머리말
남부여행 _1959년
돈 럿레지가 촬영한 사진
그 후에 일어난 일들 _1960년
에필로그 _1976년
‘타자’를 넘어서 _1979년
발문 (로버트 보나지)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내 피부색에 관계없이 존 하워드 그리핀으로 대해 줄까요? 아니면 내가 여전히 같은 사람인데도 어느 이름 없는 흑인으로 대할까요?” “지금 농담하십니까? 아무도 당신한테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을 보는 순간 바로 ‘아, 흑인이구나.’ 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당신에 대해 더 이상 알고 싶은 것도 없을 겁니다.” - 본문 24쪽에서
완벽한 변신이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저 변장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의 육체 속에 갇혀 버렸다. 나랑은 조금도 비슷한 구석도 없고 아무런 친밀함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존재 속에 갇혀 버린 것이다. 과거의 존 그리핀은 존재의 흔적조차 남지 않고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게다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 본문 34쪽에서
조금 전까지 피곤한 기색이 감돌던 파란 눈에 날카로운 빛이 번득이더니 중년 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죠?”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른 백인들이 목을 길게 빼고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도 뭐라 하는 이는 없었지만 다들 적대감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 - 본문 51쪽에서
검은 손을 보고 있으니 아내와 아이들의 이미지가 더욱 하얀 빛을 띠며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들의 얼굴, 살갗이 흰색으로 가물거렸다. 전혀 다른 삶에 속한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외로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 본문 69쪽에서
나는 머릿속으로 단어를 조심스레 하나씩 골라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뭐 기분 상하게 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내 피부색이 여자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다. - 본문 104쪽에서
“그러니까 백인 여자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해야 해요. 사실 땅바닥을 보거나 다른 데를 봐야죠.” …… “영화관 앞을 지나다 보면 바깥에 포스터를 붙여놓잖아요. 그것도 쳐다보면 안 돼요.” “그게 그렇게 나쁜 짓인가요?” 그가 그렇다고 답하자, 또 다른 남자가 말했다. “분명 누군가 당신한테 이런 식으로 말할 거예요. ‘이봐 거기, 대체 뭐 때문에 그 백인 여자를 그런 식으로 쳐다보는 건데?’” - 본문 118쪽에서
이들이 나를 차에 태워준 이유는 얼마 안 가서 분명해졌다. 두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 포르노 사진이나 책을 집어 들듯 나를 차에 태웠다. 단 이 경우는 말로 하는 포르노라는 것만 달랐다. 겉치레일망정 흑인에게는 자존감이나 인격 같은 것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시각적인 요소가 개입되었다. 우선 밤이고 차 안이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어둠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법이다. 어둠은 마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며 밝은 대낮에 비해 자기를 드러내기 쉽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모든 것을 툭 털어놓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치심도 없이 미묘하게 접근해 오는 이도 있었다. 모든 이가 흑인의 성 생활에 대해 병적인 호기심을 드러냈으며 흑인에 대해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흑인은 성기가 엄청나게 크고, 매우 다양한 성적 경험을 가졌으며 지칠 줄 모르는 섹스 머신이라고 여겼다. 백인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특별한’ 행위를 흑인은 모두 다 경험한다고 여기는 듯했다. - 본문 165쪽에서
나는 백인으로 이 눈망울을 보는 것도 아니고 흑인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부모가 되어 이 눈망울을 보았다. 이 아이들이 다른 모든 아이와 닮았듯이 피부색이라는 겉모습만 빼면 모든 점에서 우리 아이와도 닮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어쩌다 생긴 우연적인 요소, 모든 특성 중에서 가장 하찮은 피부색소라는 특성 때문에 이들은 열등한 지위로 낙인찍힌다. 내 피부가 영원히 검은 색이라면 사람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 아이들도 이처럼 콩으로 연명하는 미래 속에 가둬버릴 것이다. - 본문 21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