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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2214560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0-07-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풍선을 들고 돌아다니는 부모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는 배가 고팠다. 빵은 다 먹었고 주스 때문에 오줌이 마려웠지만,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오줌을 눠야 했고, 엄마가 금방 데리러 오지 않으면 바지에 오줌을 쌀지도 몰랐다. 엄마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엄마에게 맞고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질지도 모르니까. 어제 엄마와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가 맞아서 욱신거리는 곳에 아이는 손을 올렸다. 엄마는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보면서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등을 철썩 때렸다.
스벤 요한손은 소년이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근심스레 지켜보며 계단에서 기다렸다. 소년이 눈에 띈 때가 오후였기에, 이제는 걱정스러웠다. 소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스벤은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의 물건을 살펴보았다. 카세트 플레이어, 동화책 『밤비』, 빵 부스러기가 든 투명한 비닐봉지, 노란 플라스틱 뚜껑으로 닫혀 있고 내용물이 약간 남아 있는 작은 주스 병. 그는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보려고 책을 펼쳤다. 그러자 접힌 종잇조각이 땅으로 떨어졌다. 불길한 예감에 종이를 펼친 그는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종이 위에는 짤막한 메시지가 유려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이 아이를 돌봐주세요. 죄송합니다.’
결국 만사가 끝없는 권력 다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즈음 알리세의 뱃속에서는 이미 안니카가 자라고 있었고, 안니카가 태어나자 싸움도 끝났다. 계속되는 불화로 마지막 남은 창의력마저 잃어버린 알리세는 악셀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게 되었다. 알리세는 자신의 충동에 맞서 싸우려 했지만, 그 충동이 내면에서 일어난 것인지 외부에서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악셀은 당연하다는 듯이 꿈을 좇는데, 알리세는 꿈을 포기해야 했다. 아이들과 아이들이 알리세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한때 그녀의 운명이었던 모든 것을 위협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면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야 했고,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했고, 자신을 의존하는 아이들에게 구속당해야 했다.
알리세 랑네르펠트는 마른 침을 삼키고 허공을 응시했다. 부엌시계가 끝없이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그녀를 현재에 머무르게 했다.
숨통을 조일 듯 위협하던 것과,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너무나 뻔하던 것이 사실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45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경험할 수만 있다면 그 무엇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순간.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