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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2228369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4-03-3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4
귀머거리 학교 13
검정마스크 20
투명인간 27
얼굴수화 39
야동클럽 47
길원이의 꿈 59
공포의 집중수비훈련 72
주장이 되고 싶다 82
교장수녀님의 분노 93
전국고교야구대회 105
춤꾼 원진이 123
펭귄 137
인교의 야구 164
엄마의 눈물 169
더미 호이 180
꽃미남 태희 198
첫 안타 206
족집게 과외 223
28 대 0 230
우리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244
9회말 2사 만루 262
열두 경기를 마치며 288
태희의 선택 298
국가대표 선수 304
에필로그 313
작가의 말 318
리뷰
책속에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 길원이에게 문자를 쳤다. 아직까지 긴 대화를 하기에는 수화가 달린다.
너도 야동 보다 걸려서 야구해?
“안 봐! 안 봐! 야동 안 봐.”
길원이가 정색을 하더니 손을 내젓는다.
그럼 왜 야구 시작했어?
“인하 야구하는 거 보고. 부럽다.”
“인하? 투수”
“응. 중1. 인하 야구 보고 나 하고 싶다.”
길원이는 말을 할 때 조사를 빼먹는다. 시제도 과거와 미래를 쓰지 않고 주로 현재형만 쓴다. 어순도 중요한 단어를 먼저 쓰기 때문에 나에게는 뒤죽박죽처럼 느껴진다. 수화의 특징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글도 수화처럼 써서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야구는 해서 뭐해?
“프로야구선수 되고 싶다.”
자식. 꿈도 야무지다.
프로야구선수? 못 듣는데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건 불가능한 거 아냐?
마치 내가 들을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정색을 하고 물었다.
“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해도, 누가 우리를 프로로 써 주겠니?
“있어.”
우리나라에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가 있어?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미국.”
길원이의 꿈은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1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길원이는 그 꿈을 향해 달려 왔다.
“불가능하지 않아. 열심히 노력하면 한국 최초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 될 수 있다.”
길원이는 자신의 꿈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끌려와서 억지로 야구를 시작한 야동클럽과는 달리, 길원이는 정말 야구가 좋아서 하고 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던가? 내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안 이후, 꿈. 그런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나처럼 듣지 못하는 녀석이 프로야구선수라는 흔들리지 않는 꿈을 안고 야구를 하고 있다. 정말 길원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청각장애인이 프로야구선수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 꿈일까?
“악!”
손목을 맞았다. 손목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하게 되었다. 우리 팀 첫 진루다. 아픔보다 기쁨이 먼저다. 나는 배트를 폼 나게 던지고 1루를 향해 여유롭게 뛰었다. 비록 몸에 맞는 공 덕분이지만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1루를 밟은 것이다.
“괜찮아”
선글라스가 묻는다.
“괜찮아요.”
안타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1루 베이스에 서니 운동장 전체가 내 눈과 가슴으로 꽉 들어찬다. 선글라스가 의강이와 나에게 사인을 보낸다.
“번트 앤 도루.”
‘번트 앤 도루’ 사인이 나면 무조건 뛰어야 한다. 나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빼는 순간 바로 내달렸다. 죽어라 뛰어 2루로 슬라이딩을 했다. 살았다! 2루 베이스를 잡고 선글라스를 보았다. 그런데 선글라스의 사인이 당혹스러웠다.
“1루로 돌아가. 빨리!”
허걱. 다시 1루로 뛰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웃!”
이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건 내가 듣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의강이의 번트가 뜬공이 되어 잡혔던 것이다. 만일 내가 들을 수 있었다면 2루로 뛰는 중간에 “돌아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럼 난 방향을 바꿔 1루로 돌아갔을 것이고 아마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억울하다. 나의 첫 진루는 내가 듣지 못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