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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66662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06-1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둘만 있게 되었을 때도 츠다 할머니는 웃지 않았다. 그저 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아카리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으로부터 도망이라도 치듯 아카리가 고개를 숙였을 때, 할머니가 불쑥 말했다.
“혹시 너도 밤에 볼 수 있니?”
아카리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시 시선과 시선이 부딪쳤다. 할머니는 동그랗게 뜬 아카리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떻게 내 눈에 관해 아는 거지?’
아카리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아카리는 밤에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도 앞이 보인다. 아카리의 눈은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서 어렸을 때는 친구들에게 고양이 같다는 놀림도 많이 받았다.
“문으로 가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
미즈키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카리는 발코니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보여 줄게. 폴짝 뛰어넘기만 하면 된다니까.”
아카리에게서 팝콘 냄새가 풍겨 왔다. 팝콘 냄새는 우쭐해 하는 사람의 냄새다. 초등학생 때 보육원에서 같이 지냈
던 남자아이는 항상 팝콘 냄새를 진하게 풍겨 댔다.
“그만둬. 위험해.”
아카리는 미즈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코니로 나가 난간 위로 가뿐하게 올라섰다. 튀어나온 발코니 끄트머리에
서 차양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잡더니 어째선지 미즈키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아카리가 여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을 때였다.
끼익—.
기분 나쁜 소리가 나더니 지지대가 기울었다.
“아악!”
미즈키는 소리치며 다급하게 아카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균형을 잃은 아카리가 한쪽 손으로 미즈키의 손을 잡았다.
끼익—.
또다시 지지대가 기울었다. 차양과 접합한 부분이 떨어지고 말았다.
끼이익—.
아카리의 몸이 뒤로 확 꺾이더니 아래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둘은 떨어졌다. 캄캄한 어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