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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242648
· 쪽수 : 474쪽
· 출판일 : 2021-07-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거기 헨리가 서 있었다. 스리피스 정장을 입은 고전적 미남 헨리는 모랫빛 금발에 높은 광대뼈, 보드랍고 호감 가는 입매를 지니고 있다. 흠잡을 데 없이 타고난 자세는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꽃이 흐드러진 버킹엄궁의 정원에 어느 날 완벽한 미모 그대로 뚝 떨어진 것 같은 자태였다.
헨리와 눈이 마주치자 알렉스의 가슴에 짜증인지 아드레날린 분출인지 모를 감정이 찌릿하게 퍼졌다. 헨리와 대화를 나눈 지는 아마 1년도 넘었을 것이다. 헨리의 얼굴은 비위 상하게 좌우 균형이 완벽했다.
“그러니까 대중문화를 좋아하지만 안 그런 척하는 거군. 왕가의 체면이 깎일까 봐 말하지 못하든가, 아니면 ‘교양인’인 척하려고 알아서 말하지 않기로 했겠지. 어느 쪽이야?”
“정신 분석이라도 하려는 건가?” 헨리가 묻는다. “왕실의 내빈으로서 금지된 행각일 텐데.”
“왜 그렇게까지 실제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려고 심신을 바쳐 노력하는지 궁금해서. 방금 여자애한테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위대함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거라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만에 하나 알아듣는다 쳐도, 그쪽이 상관할 문제가 아닐 텐데.” 헨리의 목소리는 팽팽하게 날이 서 있다.
“완전히 돌겠다. 넌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보냐.”
헨리는 그 말과 함께 알렉스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키스했다.
알렉스는 그대로 얼어붙는다. 꾹 눌러오는 헨리의 입술과 턱에 쓸리는 헨리의 울코트 커프스를 서서히 느끼며. 세상에 흐릿하게 노이즈가 끼어 지직거리고, 뇌가 허덕허덕 헤엄치며, 철없던 시절의 불화와 웨딩케이크와 새벽 2시의 문자의 등식을 연산하지만, 어쩌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변수를 계산할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이건… 그렇다, 놀랍게도, 전혀 싫지가 않다. 정말 하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