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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224673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09-29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_2
글을 시작하며 _5
1. 육체 속에 깃든 생명의 노래를 그대는 듣지 못 하네 _8
2. 자연은 때로 그대에게 느닷없이 다가와 큰 생명의 노래를 불러준다 _39
3. 방황하라. 각성 속에서 방황하라 _ 53
4. 구속된 현상, 구속된 인식, 그리고 매듭 풀기 _ 75
5. 의심은 도둑의 마음이요, 의문은 진리를 찾는 자의 칼이다 _90
6. 그대의 심층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생명의 자맥질을 할 때 _116
7. 그대 하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억겁으로 이어진 _133
8. 지식의 문은 생명의 노래를 닫아놓고 _165
9. 선악(善惡)이 어디에 있던가 _199
10. 육체는 하늘 문을 여는 징검다리 _225
11. 육체는 그대의 유일한 도구 _252
12. 있는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다면 _276
에필로그 _294
해설・몸짓–명상, 혹은 몸짓–유희?・진형준 _307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의 엽서는 뜻밖이었다. 더욱이 시골 작업실의 주소를 알아내어 엽서를 띄우기까지는 여러 사람에게 수소문했을 터였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보름 전에 귀국을 했다. 직접 시골로 찾아갈까 했으나 옛날에 자주 만났던 곳에서 해후를 갖는 것이 좋겠다. 며칠 저녁 몇 시에 어디서 보자는 식의 내용이었다.
5년 만에 귀국한 그녀였다.
어느 날 갑자기 파리로 떠나겠노라고 하곤 훌쩍 떠나버린 그녀였다. 5년 동안 편지 한 장도 없었다. 애당초 특이한 인연으로 이루어진 그녀와의 관계였지만, 민욱에겐 아직도 그녀는 불가사의한 여자였다.
_〈1. 육체 속에 깃든 생명의 노래를 그대는 듣지 못 하네〉중에서
바라나시의 강변에 처음 도착한 날 그녀는 순례자들의 틈에 끼여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든 종교의 명상(冥想)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 끝없는 윤회로부터의 해탈을 위한 인류의 염원이 집약된 곳, 창조와 파괴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시바 신의 숨결이 가득한 곳.
그녀는 저 깊은 내면으로부터 원초적인 생명의 기운이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순례자들이 외는 주술 소리와 북소리가 꿈결처럼 그녀의 귓가에서 맴돌다가 그녀의 일부가 되어 온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그녀는 인도의 성지들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몇 달에 걸친 그 순례를 통해 이 땅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야말로, 투쟁의 역사로 오염된 모든 이데올로기와 민족 이기주의의 탐욕으로 하여 우주의 섭리에서 벗어나 있는 정신성들을 새롭게 정화시켜줄 수 있다는 느낌이 굳어졌다
_〈3. 방황하라. 각성 속에서 방황하라〉중에서
그가 천 선생을 통해 수련을 하면서 특별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민욱이 삶의 모습을 바꿔 구도자의 길로 들어서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천 선생이 얘기하는 영격의 변화라든가 환골탈태하는 큰 변화가 생겨 한순간에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리라는
것도 자신에게 실감나는 얘기는 아니었다.
천 선생을 만나기 전부터, 아니 정확히는 나문희를 다시 만나기 전부터, 자신의 예술관을 새로 정립해서 화가로서의 삶에 충실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해온 셈이었지만, 현재 두 사람을 만나서 얻어지는 체험들이 이러한 그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몰랐던 세계를 어설프게 앎으로 해서 혼돈만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새로운 체험 속에서도 흥분과 함께 불안함을 느끼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_〈10. 육체는 하늘 문을 여는 징검다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