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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77430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1 미시간
2 인디애나
3 일리노이
4 미주리
5 캔자스
6 오클라호마
7 텍사스
8 뉴멕시코
9 애리조나
10 캘리포니아
옮긴이의 말_ 늙은 보니와 클라이드의 마지막 여행8
책속에서
존은 어디서건 늘 집이냐고 묻는다.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작년 즈음부터는 특히 그랬다.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건 대략 4년 전부터였지만, 조짐을 보인 지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증세는 차츰차츰 진행되어왔다. (내 문제는 훨씬 더 최근에 일어났다.) 다들 운이 좋은 거라고 했지만 정작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서 처음엔 흑판의 네 모서리가 서서히 지워졌고, 그런 후에는 가장자리들이 지워지면서 안쪽으로 점점 좁혀 들어오다가 원형을 이루었고, 그 원형마저 점점 작아지더니 급기야 빨려 나가듯 사라지고 말았다. 남아 있는 건 지우개가 미처 말끔히 지우지 못해 드문드문하게 있는 기억의 얼룩들, 듣고 또 듣는 추억들뿐이다. 나와 함께한 세월의 태반을 잊었음을 깨달을 정도로 그의 정신이 명료할 때도 있지만, 이런 순간도 요새 들어 부쩍 줄어들고 있다. 드물긴 하지만 그가 자신의 건망증 때문에 화를 낼 때면 나는 신이 난다. 그건 여전히 그가 이쪽에, 여기 나와 함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그렇지 못하지만 괜찮다. 기억을 보존하는 건 나니까.
"내가 누군지 알아, 존?"
"그럼." 존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날 보더니 말한다.
"내가 누군데?"
"당신이 누군지 당신이 몰라?"
그는 전에도 이런 적이 있다. "물론 알지." 나는 말한다. "당신이 아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
"알아."
"내가 누군데?"
"당신은 내 애인이지."
"맞아." 나는 한 손을 그의 무릎에 얹는다. "그럼 내 이름이 뭐야?"
그는 다시 미소 짓는다.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스테레오에서 튜바로 연주하는 듯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뭔데?" 나는 말한다.
"릴리언인가?"
나는 손을 거둔다. 개자식. 릴리언? "릴리언이 어떤 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