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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선교/전도
· ISBN : 9788953111271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1 파란 눈의 맹 부인
2 두만강 북쪽 만주 땅으로
3 수술대 위에 차린 성탄절 만찬
4 닥터 맥밀란의 죽음
5 가슴에 새겨진 환자들
6 제혜병원장이 되다
7 꺼진 불, 꺼진 숨소리
8 조선에 세워진 교회
9 아픈 것도 축복입니다
10 기차 소리가 들리면 약을 드세요
11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12 예수 만난 사람들
13 제혜병원간호학교
14 김 장로의 세 마누라
15 매일매일 생사의 현장에서
16 울고 웃는 나날들
17 날로 더해가는 일본의 만행
18 기약 없는 작별
리뷰
책속에서
나를 찾아온 결핵환자 가운데는 알렉산더, 즉 용정에서 마틴 박사의 유능한 조수였던 이준철 씨도 있었다. 그는 그때 세브란스의전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폐에서 피가 나와 진단해보니 치명적인 폐결핵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 몸과 마음을 안정하기 위해 금강산으로 휴양하러 갔으나 거기에는 그를 간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절망한 나머지 나에게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편지로 써 보내왔다. 편지를 본 나는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 병동의 입원실에서 떨어진, 신선한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있게 했다.
그후 석 달 동안 나는 틈 날 때마다 그에게 들러서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결핵에 걸렸다가 완치되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처음에 그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찾아갈 때마다 항상 그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가 이곳에 온 후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준철 씨, 당신은 하나님을 믿고 있죠.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하나님은 내가 이런 병에 걸리도록 하셨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한 문제는 우리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입니다. 당신은 아마 하나님께 울면서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청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하나님이 병을 고쳐준다는 사실은 믿지 않고 낙심만 하고 있었을 뿐, 밥도 잘 먹지 않고 밤에는 걱정하느라고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준철 씨, 지금 당신에게 절망을 주고 있는 이 시간이 언젠가는 하나님의 축복이었다고 생각할 날이 오리라고 나는 믿어요.”
“믿기 힘든 이야긴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건강은 조금씩 나아졌으며, 기분도 유쾌해졌고 음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그러더니 마침내 병이 완쾌되어 복교했다. - '9장. 아픈 것도 축복입니다' 중에서
그리스도인들의 달라진 생활 자체는 설교만큼 효과가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간증은 가끔 생각하지 못했던 데서 나왔다. 우리 지방의 일본 관청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함흥시 근방 여러 지역의 행정 책임자들이 모여 각 지역의 상황이나 문제점들을 보고했다.
함경남도 북청에서 온 대표는 비신자였는데 자기 차례가 되자 일어나서 자신이 가장 살기 좋은 행정 지역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역에서는 아무런 말썽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도둑이 없어서 농부가 밭에다가 쟁기를 두고 와도 그 이튿날 아침에 그 자리에 가보면 쟁기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었다. 저녁에 문을 잠그지 않아도 도둑맞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로군. 그렇다면 정말로 당신네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관리가 물었다.
“북청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래서 그렇지요.”
북청 행정 책임자의 말이었다. 많은 혼령들을 믿고 있던 조선인들에게 ‘하나님’이란 개념은 ‘가장 위대한 신’이라는 존재로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경의 모든 이야기는 서구인들보다 조선인들에게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건으로 전달되었다. 문둥병에 걸린 거지 나사로가 부잣집 대문 앞에서 구걸하는 이야기는 거지가 무리를 지어 잔칫집을 찾아다니는 광경에 익숙한 조선에서 더 현실감이 있었다. 문둥병에 걸린 환자가 집과 고향에서 쫓겨나고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조선에서 실감나는 실제 이야기였다. 여인들이 물독을 이고 마을 우물가에 모이는 것은 조선에서는 매우 흔한 광경이 아닌가? 이 이야기를 들은 여인들이 물을 달라고 하는 문둥병 환자에게 한 모금의 물을 거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아버지를 먼저 묻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에게 부름을 받은 사람의 이 요구는 조선에서는 아주 인상 깊은 적절한 이야기다. - '14장. 김 장로의 세 마누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