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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2694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1-07-20
책 소개
목차
눈 맑은 새가 살고 있었다
강하면서도 순수한 눈빛
새들은 모두 자기 집을 짓는다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흔들림의 미학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는 신이나 다름없다
아기들의 무덤
외로움이란 허둥거림 같은 것이다
영혼이 떠나버린 알은 차갑다
그의 입에서 노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간의 집 그리고 우체통
자신의 생살을 퍼서 다섯 개의 우주를 만들다
바람춤의 처절한 선택
줄탁
악마의 발톱이 왔다
삶과 죽음의 차이
인간의 작은 호기심이 새들의 생을 흔들다
안개 속의 추격자
날고 싶다
에필로그
발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리바위 근처에는 산벚나무 고목 하나가 오랜 세월을 묵히고 있었다. 바람이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칠 때마다 툭툭 투닥투닥 삐직삐지끈 끼익, 끄르륵 쿵쿵……. 고목의 가지가 꺾이고, 떨어지고, 비틀어지고, 갈라지고, 쓰러지는 굿판이었다. 결국 산벚나무 고목이 쓰러졌다. 엄청난 울림이 골짜기를 흔들었다. 백 년을 넘게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추락하는 소리였다.
“무시무시해. 천둥소리보다 컸어.”
하늘눈이 놀라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다가 새삼 나무를 떠올렸다. 새들은 나무 없이 살아갈 수 없지만 정작 그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나무들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 자신의 유언을 세월에 맡기고, 약해지고 약해지다가 어느 날 불쑥 드러눕는다. 그때부터 더 약해져서 문드러지고 패이고 떨어져 나가고 썩어서 흙살이 된다. 그러면 나무는 더욱 강해진다. 자신의 존재를 처절하게 부정하고 나서야 숱한 나무들을 키워 올린다. 바람이 불어도, 수백 년의 세월이 흘러도 쓰러지지 않을 나무들을 다시 키워낸다. 하늘눈은 새삼 나무야말로 숲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중얼거렸다.
알 속의 생명체들이 부리로 껍질을 세차게 쪼아대고 있었다. 어느새 알을 품은 지 두 이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늘눈은 배설을 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른 때보다 서둘러서 돌아왔다. 햇살도 쨍하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데 소쩍새가 쩌렁쩌렁 노래하고 있었다. 하늘눈은 소쩍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몸을 위아래로 까불어댔다. 주위를 훑어보는 눈빛이 예리했다. 소쩍새 소리가 멀어지자 까마귀 소리가 커졌다. 하늘눈은 부리나케 지붕 위로 날아가서 경계를 하였고, 까마귀 소리가 사라지자 우체통으로 날아갔다. 하늘눈은 우체통으로 들어가려다가 대리석 집 주차장에서 나오던 까만 악마의 발톱을 보았다. 어찌나 놀랐던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마음속에서 똬리 틀고 있던 악마의 발톱에 대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언젠가 비닐하우스 속에서 마주쳤던 그놈이었다.
“오 맙소사, 저놈을 다시 마주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이 작품이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짓밟히는 생명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 어디에서도 이들이 ‘사라진다’고 경고하지 않는다. ‘짓밟혔으니 살려주라’고 시혜적 태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롯이 딱새의 투쟁만을 전한다. 딱새 하늘눈의 삶에서 우리는 ‘사라진다’는 슬픔보다는 ‘살아진다’, ‘살아남는다’는 선언의 의미를 훨씬 더 강하게 읽는다. 그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살려는 의지’를 갖고 ‘살아남는’다. 자연에 부리는 인간의 패악에 대해 말할 때 이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가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