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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54427302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2-06-08
책 소개
목차
제1부 꽃구름 피어날 때 7
제2부 저 산 위의 외로운 소나무 185
작가의 말 29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강도다! 강도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포도청 관노인 덕보가 가장 먼저 살인하는 장면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덕보의 목청이 원체 커서 골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들렸다. 대낮에 살인 사건이라니.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덕보의 소리가 계속되자 웅성거리면서 숲으로 달려갔다. 봉생도 포졸들을 따라 빠르게 숲으로 달려갔다. 숲에는 소복을 입은 여자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고 덕보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나무를 하러 간 사람들을 뒤따라갔던 김애격도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해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살인이다. 살인이야!”
덕보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져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거두절미하고 용건을 말하겠네. 오늘 좌포도청에 여인의 시체가 들어오지 않았나?”
김조일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지휼을 쏘아보았다.
“들어왔습니다.”
이지휼은 젊은 여자의 시체를 떠올리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내 며느리일세.”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지휼의 머릿속에 짙은 의혹이 일어났다.
“위로 같은 것은 필요 없네. 내일부터 수사가 시작될 텐데 며느리가 강도에게 죽은 것으로 사건을 종료시켜주게.”
이지휼은 깜짝 놀라 김조일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은 살인 사건을 조작하라는 것이었다. 검험을 한 봉생은 고문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살인 사건을 조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리, 그것은…….”
“내가 섭섭하지 않게 사례를 하겠네. 천 냥이면 되겠나?”
이지휼은 사내의 말에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 냥이라면 이지휼이 죽을 때까지 만지기 어려운 큰돈이었다.
이름이 봉생이라고 했다. 두 번째의 만남이었다. 장통방에서 정체모를 장정들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그녀와 함께 냇가의 풀숲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장정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를 바짝 끌어안았다. 그때 그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뭉클
한 가슴이었다.
‘아!’
이연은 여자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히자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의 코끝에 여자의 육향이 풍겼다.
‘아, 좋다.’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뇌까렸다.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고운 턱에 봉긋한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어린 동생을 보호하기나 하듯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양제로 삼아야 하겠다.’
이연은 봉생의 품에 안겨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를 두 번씩 만난 것도 인연인가. 그녀를 다시 보고 싶어 동궁전으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