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4429986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3-07-30
책 소개
목차
1. 집착에 대하여
2. ‘그럴 마음’에 대하여
3. 취향에 대하여
4. 짝미움에 대하여
5. ‘갈까’에 대하여
리뷰
책속에서
“그냥 돌아가. 이제 와서 숫총각으로 돌아가 뭘 어쩌겠다는 거니. 또 그런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
“내가 뭐해줄까? 다리 주물러줄까? 허리 주물러줄까? 목이랑 어깨 같은 데 안마해줄까?”
“결혼해준다든가?”
“해도 돼. 까짓 것. 그래. 결혼 대바겐세일. 문제없어. 헐값이오, 헐값. 결혼이든 뭐든 합니다, 해. 싸요, 싸. 염가 판매, 가져가세요. 가져가. 도둑아.”
“화났다고 아무 말이나 막 하기야? 결혼 같은 건 할 필요 없어. 그냥 지금처럼 영원히 네가 내 근처에서 맴돌고 있어줬으면 하는 거라고.”
“이것 봐. 드디어 본심이 드러나는군.”
그래. 나 때문에 애타하는 남자들이 내 주변에서 맴돌고 있으면 좋겠어. 그러다 나는 ‘이 사람이다’ 싶은 남자랑 결혼하는 거야. 나는 여자의 그런 인생을 꿈꿔왔다. 결혼도 하지 않을 남자랑 더는 복잡하게 얽히고 싶지 않다.
왜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 (「집착에 대하여」 86~87쪽)
우메모토는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로, 껍질을 깐 매끈한 달걀 같은 얼굴에 오목조목 이목구비가 잘생겨서 왠지 모르게 리엔의 후계자 같은 분위기가 난다.
여름에도 긴팔 와이셔츠 차림에 피부가 새하얗고 시원스러운 생김새를 하고 있으며 말라서 키만 크다.
이시이 유미코와 기요카와 하나에의 말을 빌리면 “어딘가 모르게 남자 냄새가 나질 않아”라고 한다. 젊은 여자는 깐깐하기도 하지.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를 보면 “남자 냄새가 너무 나. 욕망이 번뜩거리고 있는 게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니?”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아, 정말. 그녀들은 태어날 때도 입부터 나왔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또한 우메모토에게 매력을 느끼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죄송합니다만, 패스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유랄 건 딱히 없지만, 한 가지 말하자면 이 남자랑 함께 침대에서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도 야마무라 후미오를 우습게 여길 처지가 아니다. 이 나이가 되니까 남자를 봤을 때 그럴 마음이 ‘드느냐’, ‘들지 않느냐’가 신경이 쓰이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여자도 그런 생각을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회 관습 때문에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그럴 마음이 드냐고요? 어머, 부끄러워. 하, 정말……”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내숭이라고 한다. / (「‘그럴 마음에 대하여」 100~101쪽)
“흠, 냄새 좋다. 분위기 한번 좋구나.”
스미타니는 여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만 가면 생기가 도는 남자인가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저기 말이야, 와다 씨. 아무 생각 없이, 포근하게, 스리슬쩍, 깔끔하게, 싹싹하게, 거침없이 자지 않을래?”
결단코 포기를 모르는 놈이다. / (「취향에 대하여」 174~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