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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30760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4-04-25
책 소개
목차
봄, 식당 문을 열다
여름, 한 걸음, 한 걸음
가을, 내일의 기대들
겨울, 따듯한 집 밥
해설 꿈 없는 삶에서 꿈 찾기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화가 난다. 내가 더 화가 나는 건 누나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 옆에 없다. 앞으로 식당이 잘돼도 엄마는 볼 수 없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대학에 가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엄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엄마는 더 이상 우리 옆에 없다.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늘 엄마를 기억하며 살지는 않는다. 엄마를 억지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학교에 있다 보면, 텔레비전을 보고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엄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엄마 생각이 날 때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답답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심장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기분이다. 내 기억 속에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아쉬울 뿐이지만, 엄마는 그렇지 못하다.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았다. 미술대회에서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엄마는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이모에게,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몇 번이고 자랑을 했다. 미술대회에 나가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엄마를 웃게 할 수 있으니까.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상을 받을 때는 별로 좋지 않다가, 엄마가 행 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상을 받은 게 기뻤다. 하지만 이제 나는 언제 기쁠까.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집 쪽으로 걷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쳤다.
점심시간에 만난 수지가 생각났다. 수지 옆에는 현석 형이 있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자, 비로소 둘이 사귀는 게 실감이 났다. 수지는 내게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지금 불쌍한 건 원장님이 아니라, 바로 나다.
걸음을 멈춰 섰다. 아무래도 내가 수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엄마 때문도, 너 때문도 아니야. 내가 식당을 하겠단 거 말이야.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어.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내 맞은편에 누나가 앉아 있다.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식구라는 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왜 셋이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을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각자 따로 밥을 먹었다.
“누나, 앞으로 우리 자주 여기서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