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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8895443137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02-05
책 소개
목차
1부. 이야기로 풀어가는 소설
1. 나는 너다
2. 소설, 어디로 갈거나
3. 문학만이, 감히 문학만이
2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박상률 『나는 아름답다』와 이경화 『나』
쿨한 커밍아웃, 권하은 『비너스에게』
달리는 구멍, 박지리 『맨홀』
3부. 모든 상처는 꽃을 닮았다
상처꽃 옹이, 쎄르쥬 뻬레즈 삼부작 『당나귀 귀』 『나는 죽지 않을 테야』 『이별처럼』
늘푸른자원이라는 문학 고물상, 남상순 『라디오에서 토기가 뛰어나오다』
나이프의 말 십자가의 말, 스게마츠 기요시 『십자가』.
4부. 이야기의 힘
소설이 영화를 만날 때, 오문세 『그치지 않는 비』
역사에 문학뇌관이 장착된 원자폭탄, 스티브 셰인킨 『원자폭탄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비밀 프로젝트』
5부. 애벌레엄마와 개님
숲의 언어, 냄새의 향연, 이상권 『애벌레를 위하여』
사람의 길 개의 길, 박상률 『개님전(傳)』
저자소개
책속에서
좋아요. 나는 ○○○입니다.
예, 이름 석 자로 당신을 부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어요.
좋아요. 나는 ○○학교에 다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은 ○○, 우리 아빠는 ○○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신상에 관해 말해주니 조금은 낫군요. 하지만 그걸로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장래 꿈은 무엇인지, 대학 졸업 후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당신의 마음속을 알 수 없겠죠.
아! 예, 내 취미는 ○○, 학교에서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은 ○○와 ○○, 가고 싶은 대학은 ○○대학교이고, 학과는 ○○, 졸업 후 희망 직업은 ○○…….
설마 그게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죠? 그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겉모습뿐일 테니까요. 당신의 속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민이 뭔지, 어떨 때 행복하고 불행한지.
하루, 일주일, 일 년 내내 학교, 학원, 도서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갇혀 있는 내게 무슨 생각할 틈이나 자유가 있겠어요. 행복한지 불행한지? 주관식이 아니라 사지선다형이나 ○, ×로 고르라면 고민 없이 그냥 찍겠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빨리 대학이나 들어가든지, 아니면 전쟁이라도 나서 모든 학교가 문 닫고, 입시도 중단돼 이 감옥 같은 교실에서 해방이나 됐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내가 어른이 돼 있는 개꿈 같은 생각. 뭐 이런 정도…….
어! 이게 진짜 당신 속 모습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고. 당신을 좋아할 수 없다면, 당신을 통해 나를 알 수는 더더욱 없을 테고. 혹시 누구를 사랑해본 적은 없나요
사랑이요? 아! 예, 있기는 한데…….
그래요.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서요.
화폐가 통제하는 가격의 시대에 가치를 우선시하는 대표적인 것이 문학입니다. 오늘날 문학도 시장에서 유통되기 위해 가격이 매겨지는 문화상품이기는 해요. 하지만 창작 과정에 묻어나는 작가 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문학은 여전히 가격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가 우선시되는 대표적인 예술임에는 변함없습니다. 당장 써먹을 수 없다는 문학의 무용성 비판에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이라는 판단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지요. 써먹을 수 없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비효율적인 문학, 가격이 매겨지지 않아 차이라는 교환가치를 발생시키지 않는 문학, 그러므로 차이라는 억압을 가하지 않는 문학, 억압하지 않으므로 거꾸로 억압에 대해 말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문학, 이것이 ‘쓸모없음으로서 쓸모 있음’이라는 비평가 김현이 역설한 문학효용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