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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7011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6-12-12
책 소개
목차
1부 괴물의 등장
2부 괴물의 이유
3부 괴물들의 사회학
4부 괴물의 뒤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차가운 느낌의 형광등 불빛이 복도 전체를 뱀처럼 휘감았다. 길고 좁게 뻗어 있는 복도의 벽면은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백색으로 무장되어 있어 마치 시한부 선고를 기다리는 중증 환자들의 병동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창백함 속에 갇힌 것 같은 질식감. 이 숨 막히는 정서와 마주한 순간 주일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마음속 자신만의 결심을 확고히 했다.
‘그래, 이곳이 마지막이야. 이 창백한 벽,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푸른 벽 속에서 모든 걸 끝장내자.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테다. 그냥, 그냥 이대로 끝내는 거야. 이대로.’
가까스로 밑으로 내려온 김용철 씨는 벽 바닥에 설치된 배수로를 향해 입을 벌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궁금해하는 용역직원 중 작업반장이 김용철 씨가 오르던 사다리에 올라 물탱크 속을 들여다봤는데, 그 역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구역질을 하던 김용철 씨는 “씨발, 하필 오늘 같은 날…… 크리스마스에 이게 뭐야” 하는 말을 신세 한탄하듯 늘어놓았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작업반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거기 경찰이죠? 여기 성곡 아파트 17동 지하 물탱크실인데요. 물탱크 안에 사람이 죽어 있어요. 맞아요. 죽은 게 확실해요. 물에 퉁퉁 불어 꼼짝도 하지 않아요. 그렇다니까요. 물탱크요,
물탱크. 예? 아니, 내가 이 사람이 자살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미칠 것 같은 질식감에 사로잡힌 남자가 괴성을 질렀다. 그 순간 주월우의 무거운 몸, 숨 쉬지 않는 굳은 몸이 물탱크 안으로 빠져들었다. ‘첨벙’ 소리와 함께 주월우의 몸은 한순간 거대한 물탱크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 하얀 입김이 나오는 영하의 날씨, 크리스마스이브였음에도 땀이 흘렀다. (……) 주월우를 옮기기 위해 갑작스럽게 힘을 동원한 탓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불을 붙이려는 남자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불붙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던 남자가 욕설이 섞인 혼잣말을 자조적으로 내뱉었다.
— 재수 없어…… 재수 없는 날이야…… 맞아…… 그냥…… 그런 날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