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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은이)
네오픽션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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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크리스마스 캐럴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7011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6-12-12

책 소개

사이비 종교와 믿음, 구원에 대해 그린 OCN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로 큰 찬사를 받은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GOT7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박진영이 쌍둥이 형제 역할을 맡아 1인 2역을 새롭게 도전하며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수많은 폭력 속에서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목차

1부 괴물의 등장
2부 괴물의 이유
3부 괴물들의 사회학
4부 괴물의 뒤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주원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목사, 소설가,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구약신학을 공부(Th.D)했으며, 현재 동서말씀교회를 섬기고 있다. 2009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 <메이드 인 강남>, <나쁜 하나님>, <크리스마스 캐럴>, <기억의 문>, 미술 평론집 <성역과 바벨> 등을 펴냈고,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를 번역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 극본을 집필했고, <반인간선언>이 2019년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로> 방영됐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222년 동명의 영화로 상영된 바 있다. 2024년 하반기 디즈니+에 공개된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 극본을 집필했다. 경의대학교, 한양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평론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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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차가운 느낌의 형광등 불빛이 복도 전체를 뱀처럼 휘감았다. 길고 좁게 뻗어 있는 복도의 벽면은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백색으로 무장되어 있어 마치 시한부 선고를 기다리는 중증 환자들의 병동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창백함 속에 갇힌 것 같은 질식감. 이 숨 막히는 정서와 마주한 순간 주일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마음속 자신만의 결심을 확고히 했다.
‘그래, 이곳이 마지막이야. 이 창백한 벽,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푸른 벽 속에서 모든 걸 끝장내자.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테다. 그냥, 그냥 이대로 끝내는 거야. 이대로.’


가까스로 밑으로 내려온 김용철 씨는 벽 바닥에 설치된 배수로를 향해 입을 벌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궁금해하는 용역직원 중 작업반장이 김용철 씨가 오르던 사다리에 올라 물탱크 속을 들여다봤는데, 그 역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구역질을 하던 김용철 씨는 “씨발, 하필 오늘 같은 날…… 크리스마스에 이게 뭐야” 하는 말을 신세 한탄하듯 늘어놓았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작업반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거기 경찰이죠? 여기 성곡 아파트 17동 지하 물탱크실인데요. 물탱크 안에 사람이 죽어 있어요. 맞아요. 죽은 게 확실해요. 물에 퉁퉁 불어 꼼짝도 하지 않아요. 그렇다니까요. 물탱크요,
물탱크. 예? 아니, 내가 이 사람이 자살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미칠 것 같은 질식감에 사로잡힌 남자가 괴성을 질렀다. 그 순간 주월우의 무거운 몸, 숨 쉬지 않는 굳은 몸이 물탱크 안으로 빠져들었다. ‘첨벙’ 소리와 함께 주월우의 몸은 한순간 거대한 물탱크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 하얀 입김이 나오는 영하의 날씨, 크리스마스이브였음에도 땀이 흘렀다. (……) 주월우를 옮기기 위해 갑작스럽게 힘을 동원한 탓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불을 붙이려는 남자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불붙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던 남자가 욕설이 섞인 혼잣말을 자조적으로 내뱉었다.
— 재수 없어…… 재수 없는 날이야…… 맞아…… 그냥…… 그런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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