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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437301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05-30
책 소개
목차
저편에서
이곳에서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포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충격에 휩싸인다. 어떤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자기들의 몸통을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 느낌, 쓰라린 열기 같은 게 불덩이처럼 목구멍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느낌, 어떻게 해도 억제할 수 없는 전율이 두 사람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지나간다. 텅 빈 내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배…… 세상에, 이럴 수가…… 우리 배가 저기 없어…….”
두 사람은 그렇게 넋두리하듯 웅얼거리며 자기들 앞에 닥친 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만 끔뻑거린다.
아침에 털가죽을 마저 벗겨놓으려고 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맞닥뜨린 것은 거기 우글거리는 쥐 떼다. 밤새껏 펭귄 고기로 성찬을 즐긴 놈들은 두 사람의 발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달아나기 바쁘다. 이건 그야말로 참상이다. 펭귄들은 엉망진창으로 여기저기 다 뜯어 먹혔다. 바닥에는 쏟아져 나온 내장과 토막 난 살 조각과 눈알이 빠진 대가리가 널브러져 있다. 그토록 고생해서 쌓아 올린 비상식량의 고기 더미가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물컹거리는 점액질의 잔해들만 잔뜩 흩뿌려놓고 아예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자 마지막으로 남은 쥐 한 마리가 온통 피로 얼룩진 잔해 더미의 한복판에서 튀어나온다. 점액과 핏물로 시커멓게 번들거리는 놈의 몸체에서는 앞니 두 개만 유난히 새하얗게 도드라져 있다.
다시 동물 부락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 젓는 법도 숙달해야겠지. 그리고 펭귄을 잡아먹고 사는 마당에 강치와 바다코끼리라고 안 될 것도 없잖아? 뤼도비크는 점점 사람이 달라지고 있다. 훨씬 억세고 훨씬 야생적인 쪽으로. 그게 뭐든 다 후려갈기고 또 후려갈기고 계속 후려갈겨버리고 말 거야. 점점 거칠어지는 톱질에 열중하며 뤼도비크는 그 말을 주문처럼 속으로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