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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961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10-27
책 소개
목차
토끼 굴에 빠지다, 제 발로
분리된 사람들과 기억 삭제
유령들이 하는 일
림보와 룬 문자
혁명이라는 말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 내 소켓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이 들어 있는 칩이 꽂혀 있다. 중학교 때 배운 모든 정보가 이 칩 안에 들어 있다. 말하자면 교과서인 셈이다. 교과서를 넘기며 글을 읽는 대신 칩을 꽂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정보를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된다. 만세! 처음 뉴럴 소켓이 개발되었을 때 학생들은 이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환호성을 질렀단다. 뉴럴 소켓을 통해 시냅스 칩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과정이 책에서 필요한 정보가 있는 페이지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엉뚱한 일을 해 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주어진 미션을 완료하다 보면 저절로 시간이 간다. 가끔 소켓이 오류를 일으키면 무시하고 다시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마 지금도 소켓 오류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도에 없는 길로 왔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들어왔잖아. 그럼 실제로 길이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럼 내가 맞고 소켓이 틀린 건가? 그럴 수도 있나?
“지금 네 상태가 건망증이야. 뭔가를 떠올리려고 하는데 기억나지 않는 거. 하지만 인지 장애는 달라. 아예 떠올리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거지. 그게 우리가 말하는 ‘기억 삭제’야. 지금 세상은 거대한 인지 장애를 겪고 있는 거야.”
“세상이, 뭘 잊고 있는데?”
“몰라. 나도 대부분 잊었으니까. 하지만 몇 가지는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