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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단순한 열정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은이), 최정수 (옮긴이)
문학동네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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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단순한 열정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19585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2-11-07

책 소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권.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그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목차

단순한 열정

해설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이재룡)
옮긴이의 말
아니 에르노 연보

저자소개

아니 에르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루앙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한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해, 『남자의 자리(La Place)』(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2008년, 현대 프랑스의 변천을 조망한 『세월(Les Anne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레벤느망」의 원작 『사건(L'événement)』, 『그들의 말 혹은 침묵(Ce qu'ils disent ou rien)』,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 『부끄러움(La Honte)』, 『사진의 용도(L’Usage de la photo)』 등이 있으며, 2011년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통해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다. 2003년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되고, 2022년 "개인의 기억에 깃든 근원과 소외 그리고 집단적 억압을 파헤치는 예리한 통찰력과 용기”를 인정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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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수 (옮긴이)    정보 더보기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오 자히르』 『마크툽』, 기 드 모파상의 『오를라』 『기 드 모파상-비곗덩어리 외 62편』, 프랑수아즈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 『어떤 미소』 『신기한 구름』 『잃어버린 옆모습』,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아모스 오즈의 『시골 생활 풍경』, 이 외에 『찰스 다윈-진화를 말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우리 기억 속의 색』 『딜레마-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 『조지 오웰』 『미술관에 가기 전에』 『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 『노 시그널』 등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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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요즈음 나는 내가 매우 소설적인 형태의 열정을 지닌 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걸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증언의 형식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여성잡지에서 흔히 보듯 고백 수기의 형태로 쓸 것인지, 아니면 선언문이나 보고서 또는 해설서의 모양새를 한 꾸밈없는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그 사람이 11월 11일에 다녀갔다”라거나“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하는 식으로 정확한 날짜를 밝히는 연대기적인 서술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그런 것들은 절반가량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언제나’와‘어느 날’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 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럴 만한‘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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