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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26033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14-09-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우두커니
김은, 검은
심시티
시뮬레이션 1
노래는 메아리치지 않았네
휘날린
무성한
마카를 알아
건축학개론
레크리에이션
내부순환도로
애와 인
이, 야기
그렇게 어머니를 만나야 했다
밑 빠진 독에
후유증
척, 한
너의 장례
나리 나리 개나리
불온한 탄성
제자리뛰기
클래식
졸린
몽타주
시뮬레이션 2
패인
무분별한 애도
탄성잔효
정체성
꿈이 꿈을 대신한다
이를테면 똥 같은 거
나무 아래 보복
점멸
가을
들어선
그러고 보니
사이렌
베일
새들은 지하를 날지 않는다
안개
김대리는 살구를 고른다
부서진 반가사유상
십자가
흩날린
죄책감
해설 | 무성한 여자들로부터 이광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두커니
출근길에 생각했다
나는 왜 저 사내가 되지 못할까
선로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문
그 위에 서서 나는 왜 저 사내가 되지 못할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등이 아주 작게 말린
가난한 아비 하나가 선로 위에 누워 있던 거다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외할머니는 그의 등을 긁어주었던 거다
좁게 파인 등골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등이 작으면 저 긴 잠 일렁이는 물결에도
별자리들이 출렁이지
출렁이기 마련이지,
혀를 찼던 거다
외할머니 연곡 뒷산에 묻고 오던 날
어린 그에게 감을 따주었다는 셋째 외삼촌과
그날 따먹은 건 감이 아니라 밤이었다는 첫째 외삼촌,
그는 그 중간쯤에 서 있는 담이었던 거다
혹은 이듬해 연곡천에서 끓여먹던 개장국 안에
흰둥이의 눈깔이 들어 있었다는 사촌누이와
처음부터 대가리는 넣지도 않았었다는 막내의 실랑이,
그는 그 사이에 끼여 들리지 않는 발음이었던 거다
있거나 말거나 있었거나 없었거나
그러니까 선로 밖으로 휩쓸려나가
처음 보는 동네 정류장에서
노선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나는 왜 달려오는 전동차 밑으로 몸을 눕히지 못할까
그리하여 수십 수백의 출근길을 몇십 분이라도
훼방 놓지 못할까
생각했다
척, 한
꼭 자정 넘어서야 애인은
잠도 안 자고
자라지도 않은 발톱을 깎았다
이만큼이 내 어제야
창밖으로
애인의 눈곱만한 시간들이 던져질 때마다
발톱 먹은 쥐가 둔갑해 나타날 거라는
해묵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나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이미 아버지가 많았다
발톱이 버려질 때마다
쥐보다 내가 더 싫다며
애인은 꼭 비명을 지르고
나는 사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핀잔이
오늘을 잉태한다고도 믿었지만
한 번도 말하지는 않았다
고백하자면 애인은
발톱 깎는 시늉에 바쁜 날이 잦긴 했었다
창밖으로
시늉을 던지면
그 하얗던 어제가 밤보다 더 까맣게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