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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34205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일어나지 않는 일
이어지는 곳
연설을 원하게 되었다
이름들
심판
관객
우상들
전야제
해결책
난망
비대칭
일어나지 않는 일
사라졌다
주머니만으로
이미 시작하였다
짐작하는 날들
계단
2부 제목에서 끝나는
코너
비밀
상대가 있다
배후에서
당분간
회로
깃발을 향해
우연의 방
겨울이 지나간다
다른 목소리
회전하는 탑
안내자
나의 후보들
부메랑
단절
제목에서 끝나는
티베트 티베트
3부 우리는 서로에게 대다수가 되었다
현관
관리인
기침
행진
근시
빠른 길 쪽으로
저녁의 황사
거의 가능한
너무 많은 건물들
당사자들
공모
같은 질문들
목적지
경향
관람
독감
검은 거리
지켜보는 눈
해설 | 나를 벗어나는 차원의 이야기
| 김나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름들
내가 받은 첫번째 친절은
열두 마리 짐승 중 한 놈과 생일을 엮어 만든 계획
작명은 태내의 이후를 찾아 출생에 보태는 것이지만
간혹 내 이름을 불러보면
먼 소식이 풀리지 않는 사주를 차려놓는다
그렇게 하고, 해야 한다는 식의 믿음
또는 다짐이 나와 다르게 흐르고
문틈에 낀 밤의 외막 같은
몰래 다가오던 적요가 출입을 들킨다
이름이 가진 줄거리는 계속되는 이설
그걸 채우고 죽은 사람은 자신의 명(命)을 탐독했을까
남의 이름을 외울 때 뇌압에 귀가 멍하곤 하다
글자에 묻은 음색의 취향과 얼굴을 함께 떠올리면
인연을 데려온 이력이 궁금하고
낯선 공명이 관계를 꺼낸 채 탁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알아야 해서 곧 숨겨버리는 망각
이름이 처음 만나 베푸는 예의라면
기억하기 힘든 이들은
전래가 어긋난 속계(俗界)를 지닌 걸까
정해진 문답으로 인사하는 순간마다
내 육성을 의구하므로
이름은 나를 훔치기 위한 혐의인지
자주, 잊힌 이름들의 주기가 돌아온다
우연의 방
방안에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복잡했다 사라져서 남은 곳이면서 생기자마자 사라진 곳이었다
수많은 이야기를 계획하며 주변을 세워봤지만 무엇도 분명해지지 않는 구조로부터
유일하게 만들어진 구조는 방을 바라보는 나뿐이었고 유일하게 일어나는 사건은 나를 뺀 공간뿐이었다
상대가 나타났으면 좋을 법한 장면에서도 나는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했다
밖에서는 구름이 흐르고 날씨가 변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구름과 날씨만 그곳으로 옮겨졌다 오랫동안 고민을 쥔 사람처럼
생각이 조금 늦게 떠올랐다 과거를 눌러쓴 그림자가 지나는 듯 실상은 없으나 소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마주한 구조를 향해
쉽게 말을 꺼내면 거짓으로 흐트러질까봐 익숙해지는 것을 자꾸 멈추었다
방안에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구조는 혼자 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벽들이 그 사실을 이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