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42439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분노와 아름다움 11
노래 91
분노와 고독 197
한결같은 사랑 속에서 287
아득히 먼 옛날 365
옮긴이의 말 377
리뷰
책속에서
앙브루아즈 모페르튀는 카트린 코르볼의 아름다움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자주 들어왔지만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고 관능적이며 생기에 차 있는지 미처 예상치 못한 터였다. 얼마나 기이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인지. 놀라움과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 경탄을 자아내기보다는 욕망과 격정을 부추기는 아름다움. 숨죽인 절규처럼,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나 시큼한 맛처럼, 난데없이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는 아름다움. 아직 죽음으로 인해 손상되거나 얼어붙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실제로 그들 안에서는 모든 것이 분노 아니면 사랑의 색조를 띠었다. 그들은 사람들보다 나무들 사이에서 자라났다. 유년기부터 나무들 밑에서 자라는 야생 장과와 식물의 열매를 먹었고, 숲속에 사는 짐승들의 살을 먹었다. 그들은 별들이 하늘에 그려놓은 모든 길을 알았다. 나무와 가시덤불과 잡목 들?그 그늘 속으로 여우와 들고양이와 노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사이로 난 온갖 오솔길을 알았고, 멧돼지들이 터놓은 좁은 길들도 알고 있었다. 풀과 가시나무 사이로 거울에 비친 은하수처럼 땅 위에 그려진 길들. 베즐레의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가는 길과 똑같은 길들. 그들은 사람과 짐승과 별 들이 만들어놓은 오래된 샛길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디에스 이레〉를 노래하는 성가대의 희미한 아우성은 앙브루아즈 모페르튀에게 또다른 아우성을 상기시켰다. 강물 위로 줄지어 떠내려오는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장작들의 시끄러운 아우성, 사지가 절단된 나무들의 우울한 노랫소리였다. 두 강둑 사이에서 으르렁대던 노랫소리. 섬광 같은 침묵이 갑작스레 그 소리를 뚫고 지나갔더랬다. 범죄가 저질러졌던 날 아침이었다. 벌써 삼십 년도 더 지난 옛일이었다. 그러나 그 아침 이후로 앙브루아즈 모페르튀에게 현실의 시간은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머나먼 그 봄날 새벽이 이 9월의 아침과 뒤섞였다. 세월과 무관하게 모든 아침이 한 지점으로 집결되었다. 맑고 차가운 물이 그 물살에 영원히 똑같은 몸들을 실어갔다. 증오의 몸, 빛의 몸, 욕망에 미쳐버린 몸. 코르볼, 카트린 그리고 그 자신. 극단으로 치우친 세 개의 몸, 분노와 앙갚음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