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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91170832409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01-23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글
편지
1. 세례를 받는 것에 대한 망설임(1)
2. 세례를 받는 것에 대한 망설임(2)
3. 출발에 대하여
4. 영적 자서전
5. 그녀의 지적 소명
6. 마지막 생각들
에세이
신을 향한 사랑을 위해 학업을 선용하는 것에 대한 고찰
신을 향한 사랑과 불행
신을 향한 암묵적인 사랑의 형태들
주기도문에 관하여
노아의 세 아들과 지중해 문명사
부록
J.-M. 페랭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귀스타브 티봉에게 보내는 편지
모리스 슈만에게 보내는 편지
주
책속에서
제 말에 신부님께서 마음이 상하실지 모르고, 또 그렇게 된다면 저로선 무척 괴롭겠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신을, 그리스도를, 가톨릭 신앙을 사랑합니다. 사랑하기엔 저는 너무도 부족한 존재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성인들을, 그들이 쓴 글과 그 삶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사랑합니다. 저로선 성인이라 여길 수도, 제가 완전한 사랑을 바칠 수도 없는 몇몇은 제외하고요. 그런가 하면 살면서 우연히 마주친, 진정한 영성을 지닌 가톨릭 신자 예닐곱 명을 저는 사랑합니다. 또 가톨릭 의례와 의식을 비롯해, 전례와 찬송가, 건축물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랑하는 이 모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엄밀히 말해 교회에 대한 사랑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 사랑을 가진 이들에게 공감할 순 있어도 저 자신은 그런 사랑을 느끼지 않습니다. 성인들은 모두 그런 사랑을 느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모두가 교회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죠. 어쨌거나 우리가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로선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사랑이 영혼의 성장을 위한 조건이거나 혹은 제 소명의 일부라면, 제게도 언젠가 그 사랑이 허락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예요.
_ 세례를 받는 것에 대한 망설임
신부님께서 제게 그리스도교적 영감을 불러일으키신 것도, 그리스도를 알게 하신 것도 아니에요. 제가 신부님을 만났을 당시, 그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 이미 완수된 일이었으니까요. 그 어떤 인간의 개입도 없이 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암묵적으로뿐 아니라 의식적으로 제가 이미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면, 신부님은 제게 아무것도 주시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신부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을 테니까요. 신부님을 향한 제 우정이 오히려 신부님의 메시지를 거절한 이유였을 수도 있어요. 신성한 것들의 영역에 어떤 인간적인 영향력이 행사됨으로써 야기되는 오류나 환상을 두려워했을 테니까요.
_ 영적 자서전
신의 자비는 기쁨에서나 불행에서나 똑같이, 어쩌면 그 이상으로 드러나 보입니다. 신의 자비이기에 인간의 자비와는 전혀 닮지 않았거든요. 인간의 자비는 오로지 기쁨의 선사에서 드러나거나, 아니면 육신의 치유나 교육 같은 외적인 결과물을 위해 가해진 고통에서만 드러납니다. 그러나 신의 자비를 증명하는 것은 불행의 외적인 결과물이 아닙니다. 진정한 불행의 외적 결과물은 대부분 부정적이에요.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지요. 실제로 신의 자비가 빛을 발하는 건 바로 그 불행 안에서입니다. 그 맨 밑바닥에서, 위로받을 길 없는 쓰라림 한복판에서입니다. 우리가 사랑 속에서 인내하며, 영혼이 “나의 하느님, 왜 나를 버리셨나요?”라는 외침을 더는 억누를 수 없는 지점까지 추락한다면, 그리고 이 지점에 이르러서도 계속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마침내 우리는 더 이상 불행도 기쁨도 아닌 무언가에 닿게 됩니다. 기쁨과 고통의 공통 요소로서, 감지되지 않는 무엇이며 순수하고도 핵심적인 본질, 바로 신의 사랑이지요.
_ 마지막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