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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44891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03-30
책 소개
목차
산마르코 카페
발첼리나
석호들
스네주니크
콜리나
압시르티데스
안테르셀바
공원
둥근 천장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사랑할 줄도 모르고 행복해할 줄도 모른다는 것, 시간을 불태워 당장 끝장내려는 격분을 누른 채 끝까지 시간과 순간순간을 살아낼 줄 모른다는 것, 아마 원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설득으로도 안 되는 것, 미켈슈테터는 그렇게 표했다. 원죄는 죽음을 끌어들이고, 죽음은 삶을 소유하여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든 순간을 견딜 수 없게 만들어 삶의 시간을 파괴하며 질병이라도 되는 듯 빨리 지나가버리도록 다그친다. 시간을 죽인다는 것은 완화된 형식의 자살인 셈이다.
스테파노는 지상의 소금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떠들썩하고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덜 외롭다고 느꼈다. 그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자, 이제 많은 사람이 웃으며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려워졌고, 매순간을 깊숙이 있는 그대로 향유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놀고 있는 어린 성 루이지 곤차가에게 어느 경건하고 거만한 친척이 물었다지. ‘만약 네가 몇 분 뒤에 죽는다는 걸 알면, 넌 뭘 하겠니?’ 아이가 답했다지. ‘계속 놀 거예요.’”
세월이 흐르면서 작별의 조총弔銃 소리는 점점 늘어갈 것이며, 일제히 울려퍼지는 북 소리에 그 소리가 새해 첫날을 위한 것인지 장례식을 위한 것인지도 더이상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쨌든 페체토에서는 공동묘지조차 밝고 잘 정돈되어 있으며, 그 무덤들이 “새로운 휴양객들과 이방인들의 선망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토리오 베네데토 신부는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