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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45782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06-10
책 소개
목차
방랑 1956~66
감옥 5
파병 1966~69
유신 1969~78
광주 1978~85
감옥 6
에필로그
감사의 말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누구든 경계선을 넘으면 안 되었다. 밖에서나 안에서나. 징역에는 누구에게나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처음에 형을 받고 출발할 때, 그리고 교도소에서 독방에 갇혀 삼 년에서 사 년을 넘길 무렵, 다시 구 년에서 십 년째 접어들 때, 마누라가 떠날 때, 가족들,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을 당했을 때, 증오하던 담당이 다시 배치되었을 때, 억울하게 징벌을 먹었을 때, 뒷수갑 차고 족쇄 묶여 창도 없는 캄캄한 먹방에서 엎드려 입으로 개밥을 먹을 때, 그런 때에 그는 삶의 이쪽 경계를 넘어간다. 도저히 못 견딘 혼이 몸이라는 공간을 떠나 혼자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내게는 군대나 감옥이나 정서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군대는 죄가 있건 없건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겠지만 규율과 통제 속에서 일정 기간 보내야 한다는 면에서 본다면 그 역시 아름다운 청춘을 유폐시키는 감옥이다.
목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기만 했으니까 모든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세계에 널린 참상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목격하기만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 나는 전장에서 현상계에는 귀신이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제대하여 민간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먼 훗날 신천학살 사건에 관한 소설 『손님』을 쓸 때 당시의 목격자들과 만나 회상을 취재하면서 귀신이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바로 ‘헛것’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기억과 가책이면서 우리 스스로 일상에서 지워버린 또다른 역사의 얼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