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74171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내 이름을 불러줘 _007
작가의 말 _28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몰랐던 것들, 몰라도 되었던 것들, 모르고 싶었던 것들, 모를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통째로 샅샅이 알게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결국 가닿게 되는 섭리란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그걸 사실이라고 해야 할지 진실이라고 해야 할지 진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것을 알고 싶다. 그러고 나면 영원한 최후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수림은 매일 저녁 사진관 일을 마친 뒤 향을 피워 사죄하고 발원했다. 그런 날들이 쌓이자 차츰 마음이 편안해졌다. 해를 입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아니라 해를 입어도 어쩔 수 없다는 포기가일어서였다. 그러면서도 자정이 가까워지면 서둘러 건물을 나섰다. 결국 죽고 싶지 않은 거라고, 그러니 자신의 사죄는 위선이라고 수림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자 탁조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싶은 마음을 꾸짖는 그 마음 자체가 사죄일세.”
한 사람의 인생은 당사자만 살아낼 수 있고 그 사람만 아는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미래는 늘 생각해왔다. 설사 그 사람이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인생 전체를 가감 없이 서술한다 하더라도 듣는 자는 듣는 자일 뿐 말하는 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피차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온전한 이해에 가장 가까운 형태일 것이었다. 어쩌면 수림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몰랐다. 미래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