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의 무덤

토미의 무덤 009

작가의 말 277

시작부터 관객이 토미의 내면에 야릇한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음을, 그가 오로지 신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해야 했다. 훗날 어머니 엘렌은 아들이 결코 냉혈한 투사는 아니었다고, 남의 목숨을 끊어야 할 땐 늘 지독한 노력을 해야 했다고 말할 것이다. 아마 엄마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었으리라. 설령 그렇다 해도, 그녀의 말마따나 지독한 노력을 한다 해도, 더욱이 전쟁의 한복판이라 해도,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닌 한 냉정히 남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드물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현실은 결코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감동적인 이유다.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이미지가 하루에 천 개쯤 된다면 그 가운데 수백 이상은 수수께끼로 남는다. 반드시 필요하고 이해 가능한 장면들로만 이루어진 영화는 진정으로 감동을 줄 수 없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문득 의아할 때가 있다. 그가 정말로 토미가 되리라 확신하지 못했으면서 왜 그를 선택했는지. 때때로 부당하게 내가 내쳐버린 다른 후보들 중 하나가 아니라 왜 하필 그였는지. 춤추듯 질주하던 그 아이의 특별한 매력 때문에? 빛을 찾는 듯 강렬한 그 시선 때문에? 정말 그것뿐이었나?